생때같은 아이들이 비명횡사한 뒷날, 하도 마음이 답답하고 기가차서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혼자 읊조려 보았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형님댁과 두 동생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서울에 친 조카들이 4명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젊디젊은 조카들이라서 혹시 저 인파 속에 함께 섞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무사하다는 확인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유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모두가 무사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내 조카만 안전하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비록 나와 일면식은 없지만 내 이웃의 아들딸들이 그렇게 비통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제3자인 나도 그러할 찐데 당사자들과 그 피붙이들 심정은 어떨까를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망연자실하다라는 말은 이때 쓰는 단어가 아닌가합니다. 

박근혜는 아이들을 ‘바다’에 수장시키더니, 윤석열은 시민들을 ‘바닥’에 매장시켰습니다. 누구 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건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처럼 어렵고 무거운 이유입니다. 솔직히 말해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않은 윤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부모의 마음을 얼마나 공감할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하여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이렇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세계적인 도시라고 자랑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말입니다. 이번 참사를 보는 내내 나는 대통령 부부에게 원망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집권한 지 5개월이 넘도록 국정을 안정시키지 못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 역시 이번참사에 한몫을 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쩌자고 가을은 우리의 슬픔과 관계없이 곱게 물들어가는 것인지, 그게 더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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