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재, 우두마을 등 집단 희생지, 백운산 남로당 사령부 터 등

여순사건이 광양곳곳에 남긴 억울한 희생의 흔적
녹슨 숟가락,탄피...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서로 싸웠나?
여수.순천에 비해 부족한 광양의 여순기록, 아쉬워

▲숟가락과 탄피

▲확독

▲백채규 유족의 글

▲답사참가자들이 김정태 전 시의원의 해설을 듣고 있다.

지난 22일, 광양여순10·19연구회(회장 박발진)가 진행하는 ‘여순사건 전문가 양성과정’ 에 참가하는 20여명의 시민들이 여순사건이 광양에 남긴 흔적을 돌아보고 현대사의 비극과 희생자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20여명의 참가자들은 김정태 전 광양시의원의 설명과 함께 반송재, 우두마을, 옥룡 가무개재 등 집단 희생지와 백운산 희생자 정령비, 남로당 사령부 터 등을 돌아봤다.
이날 광양지역 답사는 박채규 전 유족회장이 함께 해 참가자들에게 여순사건의 참상과 진실, 그리고 유족들의 아픔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억울한 죽음들이었다. 유족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백운산을 자주 오르내렸지만 이렇게 아픈 이야기가 있었는지 몰랐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 ▲남로당 전남도당 사령부 터가 있는 백운산을 오르면서 ‘신념’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다압, 진상 등 광양 곳곳을 답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지역의 아픈 역사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등 답사 소감들을 서로 나눴다. 
박채규 전 유족회장은 양복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서 ‘끼적이듯’ 적어놓은 몇 줄의 문장을 참가자들에게 읽어주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해서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았다. 그 후 배상이 이뤄졌는데 어머니는 그걸 못보고 돌아가셨다”며 “어머니 묘소를 찾아 어머니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내려오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의 심정을 글로 써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순사건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는 모습에 감사하다. 유족들은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유족들의 마음도 헤아려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백운산 남로당 전남도당 사령부 터에 남아있는 바위를 파서 만든 깊이 25~30cm가량의 절구 ‘확독’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양여순10·19연구회 박발진 회장은 “당시 빨치산들은 총 맞아 죽을 각오, 굶어죽을 각오, 얼어 죽을 각오 등 3가지 각오를 하고 산으로 왔다”며 “긴 숟가락은 국군토벌대, 짧은 숟가락은 빨치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빨치산과 군인들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숟가락과 탄피 등을 가방에서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날 답사에 해설을 곁들여 준 김정태 전 시의원은 “부족한 해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보다 우리 광양의 여순의 의미를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수와 순천에 비해 기록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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