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있어야할 것을 제자리에 두지 않게 되면 탈이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그런 자연의 순리법칙을 너무나 쉽게 무시한다. 이는 아마도 인간의 오만과 더불어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싶다. 인간은 원래부터 호기심이 많은 존재인지라, 제자리에 있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뭔가를 변형시켜 보고 싶고 또 다를 곳으로 옮겨 보고 싶은 원초적인 충동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똑같은 반복과 일상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과학도 발달했고 인류 문명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지나친 과학의 발달은 핵무기라는 가공할만한 폭탄으로 인해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고 있다.

아마 지금 인류가 보유한 핵폭탄 몇 개만 터진다고 해도 지구는 하루아침에 멸망하고 말 것이다. 이런 불안함 속에서도 인간들은 마치 자신들이 만물의 영장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는 데 이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생의 덧없음을 알려준다. 요즘 같은 가을날에는 더욱 더 그렇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길가에 세워둔 자동차를 타려다 보면 앞 유리창에 색이 노랗게 바랜  나뭇잎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땐 ‘아, 인간도 때가 되면 저렇게 본래 자리로 돌아가겠지’ 하며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일종의 환지본처(還至本處)인 셈이다.

환지본처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주로 도굴된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 종종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문화재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 자체가 환지본처와 같다. 아니 환지본거(還至本去)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종국에 죽음을 통해 본래 왔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 깊이 명심한다고 해도 우리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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