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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양관수 소설가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10.04 18:20
  • 댓글 3

갯벌이 펼쳐진 바닷가 찻집이다. 창밖 드넓은 펄 뒤로 동산이 검게 물든다.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제자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나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 건 없다. 둘 다 시선을 노을에 빼앗긴 탓이다. 노을은 바라볼수록 난해하다.

붉은색도 아니고 주황이랑도 다르고 노랑과도 어긋난다. 글로 표현하기가 마땅치 않다. 영상은 그대로 복제하는가. 아니다. 사실보다 뭔가 더하거나 덜 하다. 그림은 어떠한가. 실제보다 화가의 눈썰미에 따라 달라진다. 노을을 묘사하는 건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노을은 道다.

시선을 빼앗긴 제자가 말이 없다. 아침나절 제자가 톡을 보냈다. 일요일인데 점심 먹고 차 마시며 토론하자는 말이었다. 이쪽 지리를 잘 모르는 제자라 공원 주차장에서 만났다. 제자를 내 차에 태우고 오리탕 하는 식당으로 갔다. 일요일은 쉰다는 푯말을 출입구에 붙여놓았다. 고등어조림이 맛있는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밀치니 몇몇이 식사를 했다. 반색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낯익은 주인 말이 쉬는 날인데 가족 모임 하러 나왔단다.

다시 저잣거리를 달렸다. 이럴 땐 음식의 격이나 맛을 떠나 아무거나 먹어야 해. 제자가 웃었다. 나는 차를 몰았다. 눈에 띄는 낯모를 밥집들을 지나쳤다. 낯익은 길로 들어서자 맛이 입에 익은 상호가 나타났다. 오늘 점심은 전통순대국밥이야.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제자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주차했다.

식당 문을 여니 홀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대기 번호 5번을 받았다. 나는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싫어했다. 대기하는 식당 앞 인도는 덥고 습했다. 차도에는 열기와 매연을 뿜으며 차들이 내달렸다. 나는 또 음식점을 찾아 나서고 싶지 않았다. 6, 7번들이 줄을 이었다.
넓은 홀이 사람과 음식으로 넘쳐났다. 나는 종업원 안내를 받아 2인석 식탁에 앉았다. 음식 나오길 기다리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톡은 가끔 주고받지만 일 년에 두세 번 만나는 지인이었다. 그는 강 건너 산기슭에서 살았다. 점심 한 끼 때우려 돌고 돌아 찾아온 식당이다. 줄 서 기다리다 들어섰는데 동네 사람이 아닌 강 건너에 사는 그를 바로 옆자리에 앉아 만난 것이다. 그는 제자와도 낯이 익었다. 그에게도 일행이 있었다. 우리는 반가워하며 함께 자리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식사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가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자는 말로 서운함을 달랬다. 그게 안 되면 커피라도 한잔할 속셈이었다.

제자와 나는 인연을 두고 토론하며 식사했다. 전통순대국밥도 구수한 말벗이었다. 지인이 일행과 먼저 일어났다. 나에게 손을 내밀며 일정이 바빠 가야 한단다. 이어 제자와 내 식대를 대신 지불했단다. 나는 민망했다. 이렇듯 바로 헤어질 줄 알았다면 내가 먼저 그들의 식대라도 낼 일이었다. 제자와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식사 자리에서 그를 떠나보냈다. 그의 뒷모습이 여운으로 남았다. 생각지도 않은 마주침이었다.

그가 노을처럼 다녀간 거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우연보다 인연이라 하는 게 어울릴 듯하다. 나는 노을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닷가 찻집으로 차를 몰았다. 햇덧을 바라보는 제자가 화두를 던진다. 말이 아닌 미소다. 노을을 말로 하면 이미 노을이 아니어라. 나도 해지개를 보며 웃음을 머금을까. 노을은 강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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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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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판식 2022-10-08 05:09:02

    지리님의 광양경재신문에 올리신 일상에서의 만남을 표현한 글이 참 잔잔하면서 정감 있습니다.   삭제

    • 조혜경 2022-10-06 03:29:39

      제자와 스승이라는 인연이 바로 노을이구나, 생각테 하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삭제

      • 길벗 2022-10-05 22:49:27

        오래된 벗을 다시 만나고 그리워하고 노을에 반하고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익어가나 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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