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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고해성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다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2.09.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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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이 말했다지. 가을에는 고해성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라고. 가만 생각하니 일리가 있어 보인다.

높아져가는 하늘이 그렇고, 퇴색되어가는 나뭇잎이 그렇고, 여물어져가는 물소리가 그렇고, 짙어져가는 산 그림자가 그렇고,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그렇고, 이생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고 목청껏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가 그렇고, 이웃집 마실을 나가는 허리 굽은 노인의 뒷모습이 그렇고, 길 잃은 고양이 울음이 그렇고, 후미진 커피숍에 앉아 쓸쓸히 창밖을 보는 중년 사내가 그렇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슬픈 뽕짝이 그렇다.

아무리 마음이 메마른 사람도 가을에는 어쩔 수 없이 흔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가을에는 흔들리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계절이다.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선해지고 착해지는 이유다. 하긴 낮게 흘러가는 계곡 물소리와 허공에 날리는 낙엽을 보노라면 누군들 착한 마음을 품지 않겠는가. 바라기는 조금 더 숨소리를 낮추고, 조금 더 마음을 비우고, 조금 더 따뜻한 눈빛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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