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 또한 빨라진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회상효과’로 설명한다. 기억 속에 저장 된 내용이 많으면 시간을 길게 느끼고 내용이 적으면 빠르게 느낀다는 것. 생각하면 일리가 있다. 

젊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 친구들과 참외 서리하러 다니던 일과 여학생 생일 파티에 갔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혼난 일(그게 혼날 일인지 모르겠지만)과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고 치던 일 등등 정말 무한정으로 쏟아 질 것이다. 

그런데 결혼해서 어른의 세계로 접어든 순간, 기억할 게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열심히 바쁘게는 살았다. 그러나 별로 의미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인 것이다. 그러니 재미 있을 턱이  있겠는가. 어쩌다 친구들과 만나 술잔이라도 부딪치는 날이면 또 그놈의 군대 이야기와 정치이야기 뿐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배로 빨리 가는 것이다. 차분하게 회상하면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남자들은 만났다 하면 하나같이 나라 구할 이야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클래식 이야기도 하고 책 이야기도 하고 예술에 관한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는데,,, 

행여나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순간 나는 아주 잘난 척(?)하는 인물로 둔갑되고 만다. 밥맛인 것이다. 그러니 재미없는 이야기에 귀만 열고 재밌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정에 금(?)이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을 탓할 것도 못된다. 그런 환경이 우리를 그런 수준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도 공허감은 남고 집에 돌아갈 때는 다시 허무가 온 몸을 감싼다. 어두운 골목길을 도는 순간 여종업원에게 준 팁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무료한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 어렵지 않다. 조용히 산책을 하고 커피 숍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해서 텅 빈 마음의 잔고를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 갈 때 시간은 조금 더디게 가는 것이다. 세상에 벌써 또 8월이 사라지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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