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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정할 거면서 요리조리 면피하려던 속내...당신은 누구 편?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2.08.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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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취재기자

진상-중군 간 국지도 확포장 공사와 관련해 침수피해를 입은 애호박 시설하우스 농가가 국민권익위 현장 조사를 통해 드디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진상 금이리 애호박 농가 A씨의 이야기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몇 해 동안 애호박 하우스 농사를 지어왔지만 침수로 인한 피해를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강우량이 200ml이상 이었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시설하우스가 지난 3월경 100ml 안팎으로 내린 비에 잠겼다고 했다.
물이 차서 애호박 줄기가 제대로 열매를 맺기도 전에 썩거나 말라죽어가는 것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A씨는 비싼 약을 써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한창 수확할 시기에 수확은커녕 애써 지은 시설하우스마저 폐허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땀과 노동의 대가로 얻게 될 ‘수확의 기쁨’을 기대하던 A씨는 속이 상할 대로 상해서 하우스 근처에는 갈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타들어가는 속을 달래던 A씨는 하소연이라도 해보고자 지난 5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남도와 금호건설 등 공사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양쪽 모두 자신들이 책임이 아니라며 민원을 묵살하다시피 했다.
민원이 접수되자 전남도 김 모 주무관은 현장에 와서 직접 하우스에 들어가 상황을 파악했고, 하우스 주변까지 살폈다고 한다. 
김 모 주무관은 “피해를 입증하려면 공사관계자가 잘못했다는 원인이 규명 되어야 하는데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금호건설 공사현장 관계자는 심지어 ‘백날 민원 넣어봐라, 되는지...’ 이런 식의 비아냥에 가까운 말을 A씨에게 하기도 했다. 
A씨는 김 모 주무관과 통화를 하고 나면 답답해서 두통이 왔고, 금호건설 현장 관계자의 그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에 심한 모멸감을 느껴서 신경정신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아야 할 지경이 됐다.
A씨는 ‘힘없는 농민이 어떻게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겠느냐, 더구나 주변에 농가가 하나 밖에 없어서 더 답답하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하소연 했고, 이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이 기자에게 제보를 해왔다.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고 지금까지 3번의 관련기사를 썼다.
지방선거를 막 끝낸 지난 6월 초, 서동용 국회의원, 강정일 도의원 등이 전남도와 광양시, 시공사인 금호건설 관계자를 불러 현장파악과 회의를 진행했다. 광양시는 6월말 경 우선 급한 대로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장비를 동원해 배수로 준설작업을 마쳤고 주변 농가들이 침수피해를 입지 않도록 현장을 잘 살피겠다고 했지만 A씨의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5월,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내용이 전남도에 전달됐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자 A씨는 다시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까지 하면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같은 담당자에게 되돌아올 뿐이었다. 
A씨는 더 답답해졌다.
처음 취재를 한 사람의 책임감으로 현장 조사 후 달라진 내용이 있나 궁금해서 A씨와 통화를 했고 전후사정을 듣게 됐다. 김 모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40여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김 모 주무관은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며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뒷목이 뻐근하고 혈압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통화를 끝내고 오후 내내 심한 두통을 앓았다. A씨처럼.
A씨의 시설하우스 침수피해 원인이 결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횡설수설하는 공무원의 태도, 억울함에 처한 힘없는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과연 맞는가 싶었다. 
‘설계대로 했으니 문제가 없다‘라고 하기 보다는 그 설계가 피해를 초래했다면 설계를 변경하면 되는 일 아닌가? 지구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책상서랍에 있는 두통약을 한 알 꺼내 먹으며 생각했다.
60여년이 넘은 배수관이 있는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측하지 못한 것은 공사를 진행하는 자들의 책임이라고 본다. 공사를 하기 전에 주변에 피해가 없도록 미리 조치를 하고 진행했어야 맞을 것이다. 
두 번의 국민신문고 민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A씨만큼이나 답답했고 화가 났다.
권익위 조사관을 지내고 퇴직한 후 갈등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사무실을 열고 봉사와 문학으로 인생 2막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광양출신 김영일 전 조사관과 통화를 해서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김 전 조사관은 현장에서 축적한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해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A씨는 다시 국민권익위원회 김희태 조사관에게 민원을 접수했고 지난 10일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침수피해 원인이 자신들에게 없다며 시간을 끌어 오던 전남도와 금호건설은 이날 권익위 조사를 통해 금호건설이 A씨에게 피해보상을 약속, 행정과 시공사가 사실상 ‘과실’을 인정한 셈이 됐다.
피해보상 문제로 A씨와 금호건설이 서로 갈등하지 않고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 오랫동안 끌어왔던 금이리 애호박하우스 민원에 깔끔한 마침표를 찍게 되길 바란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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