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여름에는 매미가 귀청을 뜨겁게 달구어야 제 맛인데, 작년에 비해 매미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고 있어 조금 걱정이 된다. 잦은 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요즘은 매미 울음소리가 불청객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옛날 우리 선비들은 매미를 군자에 비유하곤 했다. 매미도 닭처럼 오덕(五德)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끈을 연상케 하므로 문(文 )이요, 음식은 이슬만 먹는다 하여 청(淸)이요,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할 염(廉)이요, 새처럼 둥지를 만들지 않으니 검(儉)이요,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자기만의 목소리로 노래하다 죽으니 신(信)이라고 했던 것이다. 물론 더러 과일을 해치는 매미도 있고 또 이슬을 먹는 게 아니라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 조상들은 매미를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거울로 삼았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 왕과 왕세자가 쓰던 관(冠)은 매미의 두 뿔을 상징하고 있을 정도니 매미에 대한 존경심이 남달랐던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왕세자가 쓰는 관을 익선관(翼禪冠) 또는 익선관(翼善冠)으로 부르는 이유다. 잘 아시다시피 매미는 땅 속에서 10여 년 동안 살다가 지상에 올라와서는 겨우 보름쯤 생존하다가 죽는다. 그러니 밤낮으로 애절하게 울어대는 것은 너무나 당연지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매미의 애절한 마지막 세레나데가 예전에 비해 훨씬 낮게 들리니 어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안도현의 시 ‘연탄’을 패러디해 본다. “매미 울음소리 함부로 폄하하지 마라. 너는 누군가의 가슴에 매달려 한번이라도 뜨겁게 울어 본 적이 있었느냐” 고.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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