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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옥 화가 작가노트-8변함, 그 존재의 가벼움에 대하여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06.21 19:25
  • 댓글 4

며칠 전 시골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요즘은  어떤  꽃들이 피니~?”  "낮달맞이 꽃이 한창이고 수국은 올해  심어 꽃봉오리가 맺혔는데 아무래도 탐스러운 꽃을 볼 수  없을 거 같아" 친구 목소리에서 실망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전원주택으로 이사해서 근 4년 가까이 계절마다 마당에 꽃을 심고 가꾸는 그녀의 꽃사랑하는 맘과 열정을 보고 느끼면서 오랜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더하기하여 마음에 담는다.  곧 지역 곳곳에는 수국이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독한 펜데믹으로 통제되었던 꽃 축제들의 개최소식이 하나씩 들려오고 있다.  

산책길 수국이 언제 피나 눈길을 주면서 나 또한 기다리고 있다. 수국은 작은 꽃이 많이 모여 큰 원으로 피는 것도 신기하지만, 꽃색이 변한다는 것에 대한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온다.  토양의 산도(ph)에 따라  변하며  산성흙에선 푸른색을, 알칼리성  흙에서는 분홍색에 가까워진다. 푸른색 꽃을 보고 싶으면 흙의 산도를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명반을 흙속에 넣어 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수국을 그리면서 "변함"이라는  단어는 존재의 변함으로 시작해서 변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평가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소심하게 반발하면서 존재와  삶에 대한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사유의 세계로 나를 데려갔다. 제법 큰 작품을 했기에 그만큼 사유할 시간이 많은 덕분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잠깐 앞부분만 읽다가 만 체코 작가  밀란쿤데라의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책을 다시 읽게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약간씩 비틀어 다양한 관용적인 표현으로 회자되지만,  1장  니체의 "영원회귀" 에 대한 사상에서  책을 덮고 마는 사람이 많은데, 나 또한 그랬다. 

 '프라하의 봄'  이라는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이 소설은 1968년 소련 공산정권에 반발한 자유민주화운동  즉 "프라하의 봄" 이라 일컫는 그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 살고 있는 4명의 남녀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정치적 신념과  '이데올로기 '가  존재와 삶에 미치는 영향을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이분법적인 측면으로 이야기한다.  이상하게도 이 영화만큼은 내 어린시절을 자주 소환했다.

15살 아이가 감당할  수 없었던 상실감은  존재에 대한 의문과 무거움을 가지고 성장하게 했고, 인간에 대한 신의 절대적인 사랑만 이야기했던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침묵했으며,  내 존재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슴속의 무거운 바위의 무게로 난 거의 말을 잃은 채  어른이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난, 숨을 쉬기 위해 가끔 가벼움으로 드러냈을 때  낯설어 하는 주변의 시선을 느껴야 했다.

가벼움을 잘 드러내서  모임의 어색한 무게를 털어 내고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고 감탄해  마지않는다.  친구들의 모임에서 가벼운 농담(밀란 쿤데라는 ‘농담‘이라는 작품도 썼지만)으로 분위를 바꾸는 친구는 그의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몸의 무게에 반비례해서인지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지는 듯하다. 또 한 친구는 넘치는 끼와 재능으로  그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동안엔 얼굴 근육이 아플 만큼 계속 웃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들을 자주 만나지 않았거나 사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면 삶에 대한 그들의 진지하고 무거운 고뇌에 찬 반전의 모습과, 바다와 산으로 무거움을 채우러 다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테다. 

수채화로 그림을 그리면서 어둡게 하는 부분의 무거움을 표현하는 것에 오랫동안 애를 먹었다. 무거움의 표현은 생각보다 가볍게 해도 되고 탁하지 않게 단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상에서도 무거움으로  며칠 신음하다 어느 날 멈춰서  ' 왜 영원히 살 것처럼 괴로워하지?  삶은 유한하잖아~!  혼잣말하면서 무게를  덜어 낸다.   

 높이 없는 깊이와 깊이 없는 높이를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에 깃든 사유와 행동, 한쪽 방향만 바라보지 않고 양쪽에 소홀하지 않고 의문을 품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마무리가 거의 다 되어 가는 수국에 조금씩 더 무거움을 더해주고 그림을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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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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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은옥 2022-06-29 1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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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임 2022-06-22 17:37:55

      그래요~~
      우리삶 길지 않아모
      너무 고민하지않고 살고 싶어요   삭제

      • can dy 2022-06-22 17:27:20

        작가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살짝 엿보여요^^   삭제

        • cutewitch 2022-06-22 10:40:51

          사랑스러운 수국이
          뜨거운 햇살아래
          진한 그늘에 누워 뺨을 간질거리는 바람의 청량감을 알게하네요.
          그림을 보는 순간
          유월의 햇살로 빚은듯한 색과 반짝거림에 눈을
          뗄 수가 없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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