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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목   강향림 /수필가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06.1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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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다육이들이 돋을볕을 받아 푸른빛을 품는다. 용신목, 성미인, 백모단, 명월이, 정야 들이 이른 햇살로 샤워를 한다. 오랫동안 키운 애들이다. 내겐 자식이나 다름없다. 그중 우주목을 가장 사랑한다. 잎이 말린 게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슈렉의 귀를 닮았다. 우주목이 슈렉처럼 씩씩한 숨을 내쉬는 듯해 애정을 많이 준다.

방에서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요란하다. 수가 자주 듣는 에메(Aimer)의 리프레인(Ref:rain) 애니메이션 노래가 베란다까지 들린다. 내가 핸드폰을 더듬어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4시 50분. 내 핸드폰 알람은 울리지 않는다. 수가 깨워달라 해 내가 맞춰둔 시간은 5시다. 수는 그보다 10분 앞서 설정해 두었나 보다. 치밀한 녀석.

알람 소리에 떠밀린 내가 방으로 들어가 수를 깨운다. 시험 기간에 수행평가까지 겹쳐 잠이 부족한 애다. 방바닥에는 벗어놓은 교복 바지와 양말 한 짝이 보인다. 다른 한 짝은 보이지 않는다. 침대며 피아노 옆 바닥에는 벗어놓은 옷가지가 나뒹군다. 벽은 제가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성우와 가수 사진으로 둘러졌다. 책상에는 교과서와 학원 문제집이 수북하다. 책상 한쪽에는 ‘소드 아트 온라인’ 책 한정판 데스크 매트가 깔렸다. 내가 양말을 집어 데스크 매트에 올려놓는다.

“매트에 아무거나 올려놓으면 안 돼. 아끼는 건데!”
뜬금없이 반발하는 말투다. 녀석이 졸음에서 벗어나나 보다. 내가 속으로 ‘몹쓸 놈’하며 말을 받는다.
“미안해잉~ 근데, 니가 가장 아끼는 게 엄마 아니야?”

수가 쉬 일어나지 않는다. 깨우기를 여러 번, 수를 그냥 두기로 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나니 7시다. 수를 다시 깨운다. 수가 바로 몸을 다잡는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더니 ‘으윽’하는 괴성을 지른다. 내가 애를 달랜다.
“잔 건 잘한 거야. 성적이든 수행평가든 못해도 괜찮아.”

수가 차려둔 아침밥과 과일을 안 먹는다. 집 나서기에 바쁘다. 현관문을 열고 사라진다. 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베란다로 나간다. 햇살이 뜨거워지자 식물들도 목이 타는지 잎이 시들하다. 이파리를 어루만지니 손끝에도 햇살이 닿는다. 면봉으로 우주목 이파리에서 흰 깍지벌레를 눌러 잡아주자 푸른 표면이 포실해진다. 우주목은 내가 돌보지 않을 때도 튼튼하게 잘 자란다. 우주목에게 말을 건넨다.

“갈수록 어렵네. 누군가를 키워내는 거 말이야.”
나는 두 손을 들어 우주목에서 초록을 끌어낸다. 마법이다. 초록 씨실과 날실들이 손바닥에서 얼기설기 엮인다. 두 손 가득 초록을 그러모아 가슴에 품는다. 한곳에 모인 초록들은 티셔츠가 된다. 초록빛 티를 두 손으로 받들어 수가 사라진 현관으로 다가간다. 티를 수의 등에 대어본다. 우주목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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