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오디오를 사무실로 옮겼다. 몇 년 전에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겠다고 고집을 부려 구매했는데, 역시나 얼마 못가 찬밥신세가 됐다. 그러자 최근 아내가 집 정리를 하면서 오디오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운다고 하길래 아예 사무실로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웬걸, 사무실에서 듣는 음악 맛이 여간 새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아침에 평소 보다 더 일찍 출근해 마음껏 음악을 듣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물건이 됐건 사람이 됐건 역시 있어야할 장소에 있어야 빛을 보는 법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세상에 무용지물은 없다고 봐야한다. 다만 적재적소가 문제지. 

그렇다. 천생아송필유용(天生我送必有用)이라고 했다. 하늘이 나를 세상에 보낼 때는 반드시 필요해서 보낸다는 말이다. 거창하게 말해 일종의 사명감인데  본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알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차이 뿐이다. 아무리 장미꽃이 아름답다고 한들 고구마 밭에 핀다면 그게 바로 잡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명심보감에도 이르기를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하고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고 했다. ‘하늘은 녹(능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키우지 않는다’는 뜻인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인생을 허송세월하며 흘러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혹시 자꾸 인생이 겉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신이 있어야할 자리에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내가 있어야할 자리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빨리 자기 자리를 찾으면 되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유용한 자리로 만들면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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