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뜬모’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고현순 생활 에세이스트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06.07 18:56
  • 댓글 0

5월 말 쯤에서 6월 초 사이가 시골에서는 논에 모심어지는 시기입니다. 보리나 밀을 논에 먼저 심었던 집은 마음이 더 바쁠 수밖에 없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답니다. 봄에 새파랗던 보리나 밀이 노랗게 익어 가면  수확을 먼저하고 논갈고 물받아 써래질하여 논을 평평하고 고요한 호수처럼 만들어 놔야 모를 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심은 모는 처음 얼마간 연한 연둣빛으로 몇 가닥 되어 보이지도 않은 채 바람에 흔들립니다. 모심은 바로 뒷날에는 논 중간 중간에 모를 넉넉히 떼어 놓고 땅에서 뜬 모가 있으면 다시 꼽아야 하는 "뜬모"를 해야 합니다. 맨 처음이나 맨 끝자락 논두렁 바로 앞에 한줄, 한쪽으로 치우친 모양 등, 멀리서 보면 하나도 할 일이 없어 보이는 데, 논에 들어가서 보면 이상하게 많이도 보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한꺼번에 하는 품앗이 모내기도 재미있지만 한적하게 두 세 명이 하는 뜬모도 하고 나면 뿌듯합니다. 

일시에 모내기를 할 수 없으니 논마다 날짜가 달라서 처음에는 미세하게 색 차이가 나는데 며칠이 지나면서 부터는 연둣빛에서 연한 초록빛 점점 녹색으로 바뀌어서 하루하루 튼튼해지며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모두가 같은 진녹색에 구분이 안 될 정도가 됩니다. 그러면 "검어진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곧 모가 튼튼해진다는 뜻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모를 찌고 한 단 한 단 허리에 묶은 지푸라기로 묶어 지게에 지고 다라이에 담아 머리에 이고 논에 듬성듬성 던져놓습니다. 왕사탕 하나씩 입에 넣고 노동요 부르며 모를 심었는데, 노동요가 얼마나 재밌던지 중간 중간 웃음보가 터지곤 합니다. 농부들은 그런 유머를 통해 힘겨움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힘겨운 시간들이 다 지나는 막바지이기에 모두들 좋아라하는 데, 몇 개월 내내 논에서 일하다 모심는 날은 그렇게 속이 후련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마을로 들어서는데 마침, 모심기 하다가 어른들이 잠깐 쉬는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하였는데 몇 분이 불러서 다가갔다가 그곳에서 먹고 앉아 있기가 좀 그래서 쭈볏거리고 있으니, 한 분이 고맙게도 "집에 가서 먹어라"며 어른 손으로 동글동글 주먹밥을 만들어 제 작은 두 손 위에 올려 주신 그 찰밥!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참, 시장에서 사온 빨간 큰 토마토는 도마에 썰어서 접시에 일렬로 놓은 다음 하얀 설탕을 솔솔 뿌려서 달달하게 먹었는데 "몸에 좋지 않다느니, 소금이 낫다느니, 익혀야 한다느니" 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모심을 그 시기에만 몇 번 먹는 거라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요즘 가뭄 때문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지금은 모두 기계로 모를 심지만, 그래도 기계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역시 사람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모심기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뜬모를 제자리에 잘 심어줘야 건강한 나락이 피듯이 우리 인생 또한 자기 선 자리에서 뿌리를 잘 내려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탕주의와 지나친 욕심을 따라 뜬모처럼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습니다. 나 역시 뜬모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깐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모내기철입니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양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