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숲’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뿜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숲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고마운 공간이다.
광양읍 5일 시장 건너 인동 숲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인동 숲은 1528년 조선 중종 23년, 당시 광양현감 박세후가 동남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막기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고목(古木)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이 곳에서는 조성된 지 500여년이 넘은 ‘할아버지 숲‘이라서 그런지 젊은이들 보다는 주로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늘아래 삼삼오오 모여앉아 내기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치 푸른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처럼 편안해 보인다.
최근 인동 숲에 볼거리가 하나 늘었다. 사곡마을, 동외마을 등 광양 곳곳에 벽화를 조성해 낡고 오래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벽화 그리는 여자 이은미’ 화가가 청정전남가꾸기 사업으로 숲과 인접한 한 주택의 낡은 벽에 해바라기 벽화를 그려넣었다.
인동 숲은 500여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깊이만큼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나름의 무게와 품격을 갖추고 있다.
철학이 뭐 별건가? 잘 정리된 데크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으며 먼지처럼 떠도는 생각들을 다듬고, 하늘에 닿을 듯 키 큰 나무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보며 긴 호흡을 내쉬며 사유할 수 있는 곳이다.  
하루에 8시간을 걸을 정도로 ‘산책광’이었다던 니체는 산책을 통해 수많은 사상들을 탄생시켰고, 괴테 역시 새벽길을 홀로 걸으며 달빛에 젖는 순간을 즐겼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역사 깊은 ‘숲’이 있어 산책을 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음은 행복한 일이아닐 수 없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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