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만이라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정말 대수롭지 않는 일인데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일상을 잃고 나니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는 요즘이다. 고작 무게로 따지면 몇 그람도 되지 않는 마스크 하나도 내 마음대로 벗었다 썼다 할 수 없는 세상이 그저 야속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나만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사실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안심을 할 수 없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점점 좋아지지 싶은 희망이 생긴다.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인류는 질병과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인간들은 수시로 침투하는 질병과 악착같이 싸우면서 문화와 문명을 발달시켜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코로나는 그 과정의 하나에 다름이 아니라고 한다.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면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며, 역시 인간들은 또다시 바이러스를 이겨내게 될 것이다.  

‘인류 최초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천연두는 기원전 1500년 고대 인도에서 발병했으며, 기원전 1157년에 사망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됐다고 하니 참으로 집요하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2세기 로마제국의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포함해 500만 명의 로마인도 천연두로 숨졌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의 공포감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아우렐리우스가 동쪽의 훈족과 전쟁을 벌이고 돌아왔을 때 천연두가 도시에 퍼졌던 것. 물론 도시가 청결하지 못했던 원인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인구가 대이동한 것을 주요 감염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당시는 누구도 이성과 과학으로 질병을 연구하거나 설명하지 못했던 시대였다. 그렇다 보니 중세시대 사람들은 페스트 초기에 개와 고양이가 병을 옮기는 주범이라 생각해 개와 고양이를 마구잡이로 죽이기도 했다. 그 결과 벼룩을 옮기던 매개체인 쥐가 더 창궐하게 되면서 페스트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고 말았다.  기원전 430년경에 아테네에서는 5년 동안 전염병이 퍼져 약 십만 명이나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니 인류 역사는 바이러스와 연속된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아니, 파르티아(고대 이란)와의 전쟁(기원전 66~217)에 참전했던 로마 병사들이 천연두로 추정되는 전염병을 로마제국 전역에 퍼뜨리게 되면서15년 동안 로마인 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로마 황제들 중 몇은 이 병으로 사망까지 하게 되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심지어 동로마 제국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통치하던 시기에도 역병이 퍼져 세계 인구의 10%(2500만~1억)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등 인류는 끊임없이 질병과 싸워왔던 것이다. 앞으로도 인류는 다양하게 변이되는 바이러스와 싸우겠지만, 결코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천연두와 페스트도 지나갔고 또 사스와 메르스도 지나갔듯이 코로나 역시 그렇게 지나 갈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해 또 인류를 위협하겠지만 역시 잘 극복해 낼 것이다. 인류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반복해 왔으니까. 지금 나는 이 글을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의 창가에서 쓰고 있는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미래의 희망이 다가오는 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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