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도 여순10.19사건 시민연대가 출범하는 등 말할 수 없었던 현대사의 아픔이 차츰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순사건의 발생지였던 여수시는 14연대 주둔지, 서초등학교, 만성리 학살지 등 비극적인 과거를 기억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2021년 12월부터 ‘다크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옥룡, 진상, 다압, 진월, 세풍 등 광양지역에서도 많은 군·경, 민간인이 학살된 장소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 이를 기억해야 한다는 유족과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다크투어’ 현장을 살펴보고, 지역의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광양의 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도록 광양만의 ‘다크투어‘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 인근에 있는 ’형제묘‘를 싣는다. <편집자 主>

비극적인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죄 없는 사람들을 왜 그토록 처참하게 짓밟아야 했나?’라는 생각에 아파하기 전에 우선 불편하다.
유족들은 73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 4.3항쟁과 쌍둥이인 ‘여순 10.19사건의 진실’을 잘 알지 못한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상선(商船)’들이 점점이 떠있는 탁 트인 여수앞바다를 보며 잠들어 있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이었고 시민들이었다. 
1948년 10월 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토벌군은 ‘부역혐의자’를 색출했다. 손에 기름때가 묻어있는 사람, 머리가 짧은 사람, 흰색 운동화를 신은사람, 옷차림 등이 토벌군의 ‘부역혐의자’색출 기준이었다.
토벌군은 색출한 부역혐의자들에게 심한 매질을 했고,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손가락 총‘을 겨눴다. 토벌군은 이렇게 해서 끌어 낸 사람들에 대해 2차례의 군법회의를 통해 사형, 무기징역, 20년형, 5년형 등을 선고하고, 113명에게 사형판결을 내렸다.
‘탕탕탕’...토벌군은 사형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즉결처형하거나 종산국민학교나 오동도에 감금했다고 한다.  
만성리 형제묘에 묻힌 사람들은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었던 부역혐의자들 중 125명이다.
이들은 1949년 1월 13일, 형제묘가 있는 이곳에서 총살됐고 불에 태워졌다. 당시 학살현장을 직접 지켜 본 여수경찰서 어느 형사의 증언에 따르면 토벌군은 사람들을 5명씩 나란히 세워 총살 한 후에 시신을 5명씩 장작더미에 눕혀 불을 붙였다고 한다. 5층으로 쌓은 큰 장작더미가 5개 이므로 희생자는 125명이라는 것이다. 처형은 헌병들이 주도했다고 전해진다.
시신들은 3일동안이나 불에 탔으며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는 한 달이 넘도록 만성리 일대에 가득했다고 한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시신이라도 수습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접근을 막아  이마저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의 감시가 풀리자 가족들은 ‘조상은 달라도 한 자손이니 죽어서라도 형제처럼 함께 있으라’며 불에 타 엉겨 붙어 가려낼 수 없는 시신들을 그대로 묻고 큰 봉분을 만들어주었다.
이것이 지금 남아있는 여수 만성리 형제묘의 참혹한 진실이다.
하지만 이런 참혹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에는 희생된 사람들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움을 더한다. 
형제묘를 찾던 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막걸리라도 한 병 사와서 올려드릴걸’... 잠시 묵념을 했다. 
‘이제 슬픔 없는 곳에서 평화롭게 잠드세요’, ‘당신의 희생을 평화와 민주로 꽃피우겠습니다’ 라고 적힌 근조리본과 바람개비만이 쓸쓸한 묘역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도 4월의 바람은 여수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훈풍으로, 유족들에게는 고통의 바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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