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일이다. 조금 전에 친한 집사님이 톡을 보냈다. 나는 집안일로 정신이 없을 때라 답하지 못하고 넘겨버렸다. 그제도 어제도 그랬다. 바쁜 저녁 시간에 챗을 남긴 것이다. 그때마다 답변을 못 전했다. 내가 분주할 때마다 톡을 던지는 동갑내기 집사님이다.

오늘은 교회에서 유아동부와 중고등부가 장년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작은아들이 나랑 참석한다. 내겐 평일 아침 시간 못지않게 주일 아침도 분주하다. 나에게 아침이란 늦잠과 거리가 멀다. 그나마 일요일은 평소보다 한두 시간 더 게으름을 피우다 일어난다.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거다. 잠들지 않을 걸 알면서 시간 죽이기를 한다. 그럴 때면 시간을 되감아 보고 싶다. 일요일이라 맘껏 뒹굴던 미혼 시절로 말이다. 그런 시절이 나에게 있었던가?

작은아들이 방에서 나온다. 정수기 물에 입을 한 번 헹구더니 꿀꺽 마시고 욕실로 가다 내 주변을 서성인다.
“뭐 잘못해서 그러고 있는 건 아니지?”
“연합예배 쉬면 안 돼? 애들이랑 조별 수행평가 해야 돼.”
주일 예배에 빠지지 않고 다닌 녀석이다. 나는 알아서 하라 했다.

집안일을 마무리하는데 예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뭔가에 시간이 쫓기면 도로 위도 더디다. 끼어드는 차, 길어지는 신호, 도로를 전세 냈나? 늦장 부리는 차들이 거슬린다. 교회에 도착하니 비좁은 주차장이 오늘따라 차로 가득 찼다. 예수님 부활하신 날을 축하하러 장기 결석생들이 간만에 예배드리러 왔나 보다. 반가운 일인데 주차하기에는 불편한 현실이다.

장년 대예배는 2층에서 드린다. 하지만 부활절 연합예배 때는 2층이 복잡하기에 알아서 3층으로 올라가야 자리 잡기가 수월하다. 서둘러 움직이니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높아 보인다. 차오르는 숨을 견디며 3층 예배당에 들어선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친언니 옆에 앉으려는데 건너편에 혼자 앉은 동갑내기 집사님이 눈에 띈다. 여러 번 답톡을 못 보낸 터라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나는 동갑내기 집사님 옆에 앉았다.

부활절 예배가 시작되고 성경책을 봉독하는 순서였다. 눈으로 성경책을 따라 읽던 나는 학원 갈 시간이 다가오는 큰아들이 생각났다. 지금도 잠잘 텐데, 머뭇거리다가 잊어먹기 전에 깨워놓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톡을 보내려 했다. 그때였다.
“예배에 집중해야지요.”

옆에 앉은 동갑내기 집사님이 나무라는 표정으로 내 손목을 가볍게 터치했다. 순간 아침나절 쌓인 모든 피로가 얼굴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부끄러움과 화가 뒤섞인 내 감정은 몇 초간 십자가에 매달렸다. 채찍과 가시는 아니었으나 장난기 비슷한 말 한마디가 나를 옭아맸다. 바로 대꾸하려 했다.
‘저 불량 집사예요. 제 사정을 아시니 예수님도 용서하실걸요!’

하지만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말을 되삼키며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예수님은 우리 죄를 지고 십자가의 고통을 감당한 분이다. 내가 매달린 십자가는 얼마나 찌질한 건지. 나는 모난 감정을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동갑내기 집사님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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