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바람은 불지 않았고 햇볕도 따스했다.
사람들은 올해도 여전히 붉은 매화 아래서 활짝 웃으며 행복한 순간을 박제하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랬고 매화언덕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르느와르의 그림처럼 잔잔하고 편안해보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중년부부는 “몇해 전 축제할 때 온 적이 있었는데 너무 복잡했다”며 “평일에 오니 한가롭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광양의 매화는 언제 봐도 좋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한껏 품은 섬진마을의 매화는 올해도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고고한 자태로 남아 오래도록 전국의 상춘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홍매에 비해 늦은 개화를 준비하는 백매를 뒤로 하고 매화언덕을 내려와 수월정에 닿는다.
수월정(水月亭)은 나주목사를 지낸 정설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세웠고 조선시대 의병이자 문인 수은 강항(1567~1618)과 관동별곡, 성산별곡 등을 지은 문인 송강 정철(1536~1593)이 ‘수월정기(水月亭記)를 썼다고 한다.
수월정(水月亭)에 올라 섬진강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시 한 줄이 쏟아질 것만 같다.
강 가장자리에 솟은 바위에 움직이는 물체가 포착, 눈을 찡그려가며 자세히 보니 수달이다.
‘구름이 몸을 이루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몸을 풀면 구름이 된다’는 섬진강에 천연기념물 제33호 ‘수달’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수월정이 있는 이곳에 섬진진(蟾津鎭)이 있다. 섬진진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왜군의 동태를 파악하는 첩보기지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난중일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꽃망울 터져 매화언덕이 눈부시게 변신하는 만개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꽃구경을 나서거든 내친김에 수월정과 섬진진터에서 시간여행을 하고 오는 것도 좋겠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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