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엔 시래기 된장국, 김장 배추김치, 그리고 얼음 동동 동치미 한그릇, 숯불에 고등어구이면 만찬이 따로 없습니다. 마른김을 숯불에 살짝만 구우면 밥 한 숟가락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쪽파, 마늘, 깨, 고춧가루, 참기름이 들어간 간장은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찌거나 구운 생선에 발라도 됩니다.

김에다 간장에 밥 한 숟가락은 씹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맛있게 먹었어도 곧 배가 고파집니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으니 더욱 짧은 식사 시간이 아쉽습니다. 

시래기 된장국에는 김장 배추김치를 곁들여야 진리입니다. 시장에서 사 온 고등어는 배를 갈라 내장을 끓여 개를 줍니다. 저녁 가마솥에  따뜻한 물을 끓이는 건 빈 솥만을 불 땔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이 끓어 수증기가 나오면 그만큼 찬물을 넣어줘야 합니다. 잔불에 솥 안 물이 다 말라버리기 전에 물을 넉넉하게 부어 놓아야 안심이 됩니다. 

한 번씩 물이 얼마 없어 "솥이 구멍나겠다"고 걱정하기 때문에 솥은 무겁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며 사서 가져오기도 큰일입니다. 저녁 군불은 방을 데우는데 필수입니다. 아랫목부터 따뜻하고 윗목으로 갈수록 식어갑니다. 아랫목은 새벽녘까지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아침밥을 얼른 하는 것도 방이 식어가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아침이면 또 소, 돼지, 닭, 개 등이 자신들의 아침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 때고 물 데우고 숯불을 앞으로 긁어내서 평평하게 편 뒤 석쇠에 고등어를 올려줍니다.  배 부분에서 기름이 지글지글 끓으면 한 번 더 뒤집어 배 위에 빨간 고추장을 숟가락으로 펴 바릅니다. 한번 먹어보면 세상이 부러울 게 없습니다.

새삼스럽게 이렇게 지나간 일을 추억하는 것은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입니다. 입만 열면 다들 못살겠다고 난리입니다. 어쩌면 습관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지금 불평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면 좋겠냐고 묻고 싶은 것입니다.

늘 먹을 것이 부족해 배고픔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서 자기 위해서 뒷산에 가서 직접 나무를 해 와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무가 넉넉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옷이 없어 덜덜 떨어야 했고, 교실은 그야말로 어름창고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건강하게 서로를 도우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삶이란 참으로 역설적이라는 생각에 머무르게 됩니다.

어느 성인이 2500년 전 쯤에 한 말이 생각납니다. “재앙은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끝없이 얻고자 하는 욕망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부자로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 내게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행복은 내적인 자기만족에서 출발하는 법입니다. 지금은 군불을 땔 필요도 없고 쇠죽을 쓸 일이 없다는 것 하나만 봐도 내가 얼마나 풍요 속에 사는지 모릅니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차이 뿐입니다. 지금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설령 내일 원하는 것이 모두 주어졌다고 해도 불만을 털어 놓을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당신이 지금까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해 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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