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나도 포함)은 이렇게 말한다. “될 수 있으면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하지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할  문제이지 원천적으로 정치와 종교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정치적 이념과 종교적 선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모른다.

상처란 언제나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주고받는 일종의 마음의 등가물(等價物)인 셈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상처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삼가 하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종교에 대해 침묵한 결과 종교는 빠르게 타락했고, 사이비가 창궐해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아니 지금도 이 문제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사이비 교주들은 神만이 자기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다고 우기는 데 이것처럼 우매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종교는 결코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다.

정치적 무관심도 마찬가지다. 만약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이 국가를 병들게 만들고 말 것이다. 종교가 병들면 정신이 부패하고 정치가 병들면 사회가 썩어가게 마련이다. 이런 뻔한 이치를 누구보다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종교와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것은 스스로 세상을 병들게 하자는 소리 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다. 작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현실 문제를 외면하게 되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사회 현상에 대해 늘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밉든 곱든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공동체 일원들이다. 타이타닉이 침몰할 때, 일등석 일반석을 가리지 않듯이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대선이 이제 보름 남짓 남았다. 누구를 선택하든 그것은 개인들 몫이겠지만 결과는 공동체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 거듭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희대의 악마 히틀러가 그래도 옳은 소리는 하나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에게 얼마나 행운인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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