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들이 많은 달이다. 졸업과 입학 등 새 출발을 앞두고 있고 연인들을 위한 밸런타인데이와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도 있다. 

“설레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내가 살아온 삶 역시 설레임의 연속이었다.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다소 아쉬운 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설레임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마음이 무디어진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자발적인 설레임 보다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하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장미와 안개꽃 꽃다발을 들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표현해 보았다. 민트 배경에 핑크 무늬는 여인을 기다리는 남자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거리를 걷다가도 꽃을 들고 가는 남성을 목격하게 되면 꼭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있다. 그런 남자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설레임으로 가득 찬 얼굴표정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기 때문이다. 꽃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겠지만, 주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구처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한’ 일이니까 말이다. 

아마 지금도 사람들 마음은 봄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이지 싶다. 특히 꽃을 받는 사람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꽃집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과 마음을 누구 보다 잘 알기에 감동은 두 배로 전해진다. 어쩌면 그 사람 자체가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일 것이다. 

신경의학자였던 ‘뒤센’은 얼굴근육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미소가 19가지인데 그 중 18가지는 가짜 미소고 우리가 진정으로 기쁘고 행복해서 짓는 미소는 단 한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한 가지 미소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짓는 미소가 아닐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웃음을 짓게 되기 때문이다. 

한 송이 꽃도 좋고 들꽃도 좋겠다. 내가 선물한 꽃이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이제 곧 있으면 대지가 풀리고 온갖 꽃들이 花들짝 놀라 꽃폭죽을 터트릴 것이다. 광양매화꽃 점화(點花)를 시작으로 구례산수유, 여수 영취산 진달래 등이 사람들 가슴을 들뜨게 만들 것이다. 

나 역시 올해는 어느 한곳이라도 꽃맞이를 가자고 마음을 먹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년에는 거제도 저구항 수국을 보고 왔다. 차들이 밀려 짜증들이 날만 한데도 하나 같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마도 꽃향기에 취한 탓이지 싶었다. 솔직히 봄날에 꽃 이야기 빼면 모두 넋두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그림을 마무리한다.

참, 승춘무동(勝春無冬) 즉,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고 했는데, 요즘 화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한결 살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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