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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옥 화가의 작가노트-3아름다운 소멸을 꿈꾸는 꽃, 그대 이름은 동백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01.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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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화실에 앉아 하루 종일 붓질을 하다가 문득 ‘예술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 봤다. 물론 예술을 정의하는 수많은 문장들이 있지만, 내가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나만의 문장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내 생각에 예술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직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당신은 실망과 절망의 벽에 부딪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 어떤 작품을 감상하다가 '역시 그림은 난해하고 어렵다'며 혼자서 중얼거린 적도 꽤나 있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도 못하는 데 어떻게 예술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고로 나는 살아간다." 이게 삶의 정답이듯, 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예술이 거주하는 장소는 이해의 자리가 아니라 직감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예술을 접하는 순간 내부에서 잠시 불꽃이 튀는 것,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말이다. 불꽃을 붙잡을 수 없듯이 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의 그물로 절대 가둘 수 없는 게 예술이요, 인생이요, 사랑이다. 미안하지만 언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붙잡을 수 없다는 그 사실을 겨우 확인해줄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백꽃과 여인>을 그려 나갔다. 수 천 번의 붓질 속에는 수 천 번의 생각도 함께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동백꽃은 다양한 매력과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꽃이다. 많은 시인들과 음악가들이 동백꽃을 사랑한 이유다. 김용택과 문정희 시인 역시 "동백꽃"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시인에 속한다.

가수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는 사연이 너무 구구절절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역시 동백꽃을 빼놓고 이해할 수 없지 싶다. 흔히 동백꽃은 세 번 핀다고 한다. 한 번은 나뭇가지에서 또 한 번은 땅에 떨어져서, 그리고 마지막은 그대 가슴에.

나는 동백꽃을 그리는 동안 가혹한 저 확신주의가 두렵다는 것도 알았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어느 시인은 아름다운 소멸을 꿈꾸는 꽃이 바로 동백꽃이라고 했다. 이처럼 수많은 은유를 품고 있는 동백꽃을 수채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크릴화로 표현해 보았는데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백꽃 잎사귀 특유의 두껍고 블루 빛이 도는 푸른색은 이녁 생각만큼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다음에는 유화로 시도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을 완성한 후 스스로 이런 다짐도 했다. 가장 화려할 때 미련 없이 자기를 버릴 줄 아는 동백꽃을 닮아야겠다고. 겨울바람을 이기고 찬란한 봄날 자신의 존재를 피워 올리는 동백, 그 동백을 가슴에 품으며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헤아려 본다. 물론 내 붓끝에는 이미 봄이 당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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