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직장 동료들에게 책을 선물하곤 한다. 물론 요즘 같은 영상시대에 종이 책을 잘 읽지 않는 다는 것,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래도 꺾어진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한 잔의 술이 아니라 한 줄의 문장이라 믿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책을 선택할 때마다 내가 고른 책이 상대방에게 맞을지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어떤 책이 되었건 그 속에는 나의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내가 즐겨 책을 사고 선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읽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허전할 때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은 역시 한권의 책 이상은 없을 것이다.

한 때 책은 가진 자들의 특권이기도 했다. 아니, 오늘날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의 종교가 명맥을 유지해 온 것도 다 한 권의 책 덕분이다. 하느님은 성경이 되었고 부처님은 불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여전히 지금도 살아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배워서 알고 있다. 책 한권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와 또 바꾸어 가고 있는가를.

시시껄렁하다고 여겼던 연애소설과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프랑스혁명을 앞당겼고, 신분차별의 문제점을 지적한 홍길동전은 조선사회의 신분제도에 균열을 가게 만들었다. 연애소설이 프랑스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그랬다. 주인공들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사회적 신분 때문이었다. 독자들은 이런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이다.

책은 이렇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의식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그 의식이 사회 아젠다와 맞물리면 혁명과 개혁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거창한 목표를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일단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개인의 인격수양이 목적이다. 그런데 책 읽는 개인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 만큼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속한 공동체를 좀 더 이롭게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중마 공공 도서관에 가면 벽에 이런 액자가 걸려있다. 百花爭比讀書香(백화쟁비독서향). ‘온갖 꽃들이 향기를 자랑하지만 독서의 향에 비길 수 없다’는 뜻인데 백번 동감하는 말이다. 특히 옛날보다 지금 독서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창의성을 더 많이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개발하는 것은 간단하다. 먼저 손에 책부터 드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창의적이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키는 데, 알고 보면 간단하다. 책을 읽지 않는 창의성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들어가는 게 없는 데 어떻게 나오는 게 있겠는가.

뭔가 읽고 생각할 때 뇌는 제3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법이다. 그렇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여전히 이로운 점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일단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고, 사회를 읽어내는 눈이 더 밝아질 수 있고 그리고 창의성을 개발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인생에 있어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도 그 만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새해에는 책을 선물하는 것은 물론,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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