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장에서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시월 바람은 부나 춥지 않았습니다. 안주 삼아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어릴 때엔 가을에 추어탕이 흔했지요. 논두렁 아래, 논 안쪽으로 찬물이 바로 논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빙 둘러진 언덕 아래에 미꾸라지가 살았지요. 그곳에서 찬물이 나오면 좁은 도랑에서 햇볕에 데워져 논으로 들어갑니다. 가을이면 그곳은 미꾸라지 잡는 장소로 바뀝니다.

한번은 멧돼지가 못 내려오게 설치해 놓은 큰 덫에 우리 개의 발이 걸렸습니다. 저는 산 아래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있다가 깜짝 놀랐어요. 덫에 걸린 개 발을 빼주려다가 그만 내 오른 무릎 아래를 개에게 물렸죠.
마을 사람들이 그때 개의 눈을 가려줘야 안 물렸을 텐데, 라며 걱정도 해 주었습니다. 어른들도 제가 어려운 걸 했다고 합니다. 그때 저는 개의 앞발이 걱정되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동네의 한 젊은 사람이 우리 집에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주인을 물었다며 개를 쇠스랑으로 팼어요. 개를 위협하며 "죽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개는 얼마나 놀랐을 거며 날 물어 미안해할 텐데. 그 젊은 사람은 평소에 부리던 난폭한 성격이 나왔습니다. 남의 집 마당에서 정신 사납게 설쳐댔습니다. 그때 내 상처는 무릎 바로 아래 정강이뼈가 보였습니다. 피가 흘러 고무신에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항생제 몇 알로 버텼습니다.

봄철 집안은 농사일로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때는 일주일 정도 농번기 방학이 있었습니다. 봄, 가을철에 학생들이 집안 농사일을 많이 도와주도록 학교가 쉬었습니다. 저는 농번기 방학 사이에 상처가 많이 나았지만 한 시간 정도 학교에 걸어가려면 무척 힘들었습니다.

엄마는 내 상처에 참기름을 발라 주었습니다. 우리 집은 딸만 일곱입니다. 나는 뒤에서 두 번째입니다. 나는 늘 엄마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때 아픈 나를 안쓰러워하는 엄마 마음을 알았습니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엄마의 관심인지 그게 저는 좋았습니다.

일 년 전쯤 친구와 얘기 중에 그 친구가 놀라며 "사랑을 듬뿍 받았구나. 그래서 지금도 애기 웃음을 지을 수 있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참기름은 집에서 가장 소중한 양념이라고 합니다. 80년대 초반에는 정말 귀하게 여겼나 봅니다. 전 개한테 물린 상처엔 참기름을 바르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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