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길’ … 광양↔순천 오가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걷기를 시작한 지 5분여,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온통 숲, 미세먼지는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이는데 대체 어디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한다고 숲을 조성했다는 것인지 약간의 의구심이 생겼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 많은 돈을 들여 조성했으니 많은 시민들이 즐겨 애용하면 될 터. 
덕례리 운전면허시험장 건너 부영빙상장 입구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맨 다음 등 뒤로 쏟아지는 12월의 포근한 햇살 아래로 걸음을 옮긴다.
‘이야기와 즐길 거리가 있는 광양시관광안내도’ 앞. 여기서부터 걷기가 시작된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가, 왜 걷는 사람들이 없을까 하고 걸음을 막 떼는데 반대편에서 자전거 한 대가 휙 하고 다가온다.
영산홍, 꽃치자. 남천, 애기동백, 꽃댕강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어놓았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들은 아직 키가 작다. 저건 무슨 나무일까...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이름표도 붙여놓았다.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꼬박꼬박 챙겨 써야 하는 마스크를 이 시간만큼은 휙 하고 벗어 던지고 길 옆 야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를 친구삼아 느릿느릿 걷는다. 길 옆 저수지 풍경을 보며 잠깐 눈을 쉬어 갈 수 있어서 좋다. 
걷기 시작한 지 30여분쯤 지났을까. 검정 마스크를 쓰고 검정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동굴을 막 빠져나오고 있었다. 순간 ‘흠칫’놀라 주변을 살피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방범용 CCTV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니쁜 사람으로 오인 받아 ‘의문의 1패’를 당한 낯선 남자를 지나친 다음, 잠시 멈춰 서서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니 멀리 덕례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하나 둘, 걷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인 셋은 순천 신대지구부터 걸어왔다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일부 구간에 녹슨 철로의 모습이 남아있어서 어린 시절 추억의 단편을 생각나게 한다. 오빠와 동생들과 함께 기찻길로 나가 기차가 오기 전 철로위에 못 같은 물건을 갖다놓고 기차가 지나간 다음 납작하게 된 그것을 보며 하하거리던 그 시절의 추억을.....
기적소리 멈춘 곳에 기념물처럼 남은 동굴, 광양국가자전거도로 ‘윤슬-길’이다.
윤슬, 이름이 하도 예뻐 네이버사전을 찾아보니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고 나와 있다. 
‘미연♡혜정’,  ‘합격, 원재·진우·관중·혁권’, ‘인생’.... 이끼 낀 동굴 벽에 남은 낙서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미연과 혜정의 우정은 유지되고 있을까? 원재와 그 친구들은 합격을 했을까?인생이 뭔지를 고민하던 사람은 답을 찾았을까?
미세먼지 차단 숲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이 길은 순천광양을 이어주던 경전선폐철도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산책길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난 2016년부터 연차적으로 추진해 온 순천경계 동일터널~운전면허시험장~전남도립미술관, 유당공원에 이르는 약 4km 구간의 경전선 폐철도를 하나의 녹지축으로 연결, 광양시는 이 곳을 광양시의 새로운 산림경관자원으로 주목받게 됐다고 자랑한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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