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곤충들이 서로 공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치는 인간들이 곤충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이다. 어찌된 것인지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해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고 하는데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는 탄식 소리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살기’ 좋은 게 아니라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살기(殺氣)’를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곤충 중에 꿀벌의 희생은 그 차체가 감동이다. 말벌(다 알다시피 말벌은 꿀벌보다 덩치가 6배 정도나 크다)이 꿀벌들 사는 공간으로 침입하게 되면 일단 꿀벌들이 빙 둘러서 말벌주위를 에워싼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히 날개 짓을 하면서 온도를 높인다는 것. 꿀벌은 본능적으로 말벌이 고온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온도를 45도까지 상승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말벌의 공격을 받아 꿀벌들이 더러 희생을 당하지만 놀랍게도 어떤 꿀벌도 일탈하지 않고 대열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런 말을 들을 땐 정말일까 하며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만)이다. 마침내 말벌이 죽고 나면 이젠 다시 동료들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서로 날개 짓을 해 준다는 것.

꿀벌 역시 48도가 넘으면 위험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꿀벌들은 상호협력 하는 길만이 자신들의 집단을 지켜 낼 수 있다는 것을 생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반대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틈만 나면 상대방을 훼방 놓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땐 그저 마음이 씁쓸해진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