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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명화산책 81-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세상 어디에선가 구두밑창 닳듯 마음을 닳아가며 살아가고 있을 당신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1.10.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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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열정은 고흐를 광기로 몰아넣었다. 그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만 보더라도 그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끝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영혼이 맑고 투명한 예술가는 종종 시대와 불화를 겪으며 쓸쓸히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대는 천재를 늘 뒤늦게 알아본다는 것. 고흐는 이런 고백을 남겼다. "나는 음악처럼, 그림을 통해 위안을 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나는 후광으로 상징되곤 했던 영원함을 가진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인간이 끝내는  ‘~하고 싶다’로 생을 접게 되듯이 고흐 또한 그랬다. 고흐라는 이름을 ‘괴롭다’는 뜻을 담아 '苦흐'로 불러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지 싶다. 

그의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가난한 삶도 그랬지만 그의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그는 늘 슬프고 우울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신발 한 켤레’는 수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이 고흐의 내면을 보여 주는 자화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을 아닐 것이다. 그런데 ‘화가라면 누구나 쉽게 그릴 것만 같은 이 허름한 신발이 그처럼 큰 가치와 의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누군가 말하기를 “어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신었던 신발을 신어 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을 알지 못하고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일 게다. 고흐가 여성 누드를 많이 남기지 못한 이유는 모델료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목격하거나 자기와 함께한 사물들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한쪽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유는 우리네 인생이 저 신발과 비슷하다는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날마다 신발을 신고 직장에 나가 한 생애를 닳아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살다보면 우리들 역시 고흐의 저 신발처럼 구겨지며 낡아가게 마련이다.

아무리 봐도 이 그림은 화가로서의 고단한 삶을 신발에 투영시킨 자화상과도 같은 작품이며, 고흐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구겨진 신발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던 것이다. 어디 고흐만 그러겠는가. 지금도 우리들 역시 세상 어디에선가 그렇게 구두밑창 닳듯 마음을 닳아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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