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돈만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어쩌면 그럴지 모르겠다. 다만 그 많다는 기준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간혹 엄청난 부자가 되는 꿈을 꾸곤 한다. 자본시대에 돈은 산소와 같아서 부족하면 숨쉬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너도 나도 돈을 벌기 위해 혈안(血眼)안 되어 있는 것이다.

‘혈안‘라는 표현 자체도 얼마나 섬뜩한 말인지 모른다. 눈에 ’핏‘발이 섰다는 말 아닌가. 눈이 벌겋게 충혈 된 사람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무섭게 보일지. 그런데도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고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솔직히 말해 보자. 행복은 정말 돈으로 살 수 있는 공산품과 같은 것인가? 미안하게도 행복은 그런 것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현대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부를 가지라고 속삭인다.

한때는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문구가 덕담이 되기도 했는데, 이 덕담은 자본주의 대표적인 인사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원하는 행복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일까.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부는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 심해지는 바닷물과 같다”고 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진짜 돈 많은 부자들에게 물어보면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 한다는 것이다. 헐~

가난한 사람들이 들으면 부자의 여유라고 비꼬겠지만, 실제 그런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부는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식된 부는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하고 더 많은 골칫거리를 제공한다. 또 부자가 되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 그들을 존경하는 것은 인품이 아니라 돈 그 자체다. 부자들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더욱 부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자를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거의가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는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자가 죽으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게 아니라 속으로 기뻐하는 그 자체가 이를 방증하지 싶다. 이는 단순히 부자를 질투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부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부자가 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해 인생을 모두 탕진하는 어리석음에 빠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필자를 보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60평생 살아온 내 경험상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나는 매일 직장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다만, 막연하게 돈만 많으면 모든 인생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환상이라고 보게 된 것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환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세상에는 돈으로 교환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참 많다.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인데,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그렇고, 아이들의 눈망울이 그렇고, 푸른 가을하늘이 그렇고, 아름다운 모차르트 음악이 그렇다. 아니,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도 그렇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렇게 큰 부자가 아니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훨씬 가성비가 뛰어난 게 아니겠는가.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이 계절, 돈으로 교환할 수 없는 행복이 우리주변에 얼마든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조급해지거나 질투심 때문에 괴로움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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