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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명화 산책-79 르누아르(1841~1919)따뜻한 햇살과 밝은 색감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던 화가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1.09.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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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나자 해 그림자도 짧아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가을 냄새가 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한숨이 나오고 마음도 허전하게 마련일 터. 그나마 허전한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게 있다면 한권의 책이 아닐까 싶다. 가끔 공원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만으로 한편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르누아르 역시 그런 풍경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세상도 어두운데 내 그림까지 어두우면 되겠는가“ 라며 대부분 밝고 화사한 그림을 그렸다.

서른 중반에 그렸던 <책 읽는 소녀>또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독서에 열중하는 소녀의 모습이 창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과 어우러져 절묘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인물만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읽어낼 수 있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 어떤 평론가는 이 소녀의 얼굴을 보고  ‘빛을 머금은 살결’ 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그림의 실제 모델인 소녀가 몽마르뜨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모델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상속의 인물이 아니라 현실적인 인물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보면 볼수록 묘한 분위기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은근히 궁금증도 유발시킨다. 

사실 100여 년 전만 해도 책은 아주 값비싼 물건이었다. 중세 때는 황금보다 더 비쌌다고 하니 당시 책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책은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심지어 여성들에게는 읽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여자가 글을 읽는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로 간주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끝내 책을 읽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의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세상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남성들이 그처럼 여자들에게 책을 읽지 못하도록 억압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책은 잠든 이성을 깨우는 것은 물론 부당한 현실세계를 향해 끝없이 물음을 던지게 만들어 변혁을 꾀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글은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꿈을 꾸고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투쟁도 불사했다. 이 그림은 너무 쉽게 희망을 포기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아마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당장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고 싶은 욕구도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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