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댕과 같은 동시대를 살았던 한 비평가는 샤르댕을 ‘위대한 마술사’ 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미술’과 ‘마술’은 서로 유사한 면이 많이 있지 싶네요.

사물을 전혀 다르게 보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아카데미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던 샤르댕은 물감으로 일종의 마술을 부렸던 것입니다. 이는 그에게 그 만큼 타고난 예술적 자질이 있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그는 미운오리새끼에 불과했던 정물화를 아름다운 백조로 변신시킨 주인공이죠. 훗날 장폴 세잔은 샤르댕을 좋아한 나머지 그의 화풍을 연구하다가 결국 인상파를 탄생시키게 된답니다.

세잔이 샤르댕 정물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샤르댕이 보여준 기막힌 화면구성비율 때문이었죠. 화면을 기하하적으로 구성한 덕분에 다른 화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그림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샤르댕이 보여준 그림의 특징은 자연스런 붓질로 인해 일상적인 사물에 진지함을 불어넣는 다는 것이죠. ‘무 껍질을 벗기는 여자‘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부엌살림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방식을 통해 평범한 사물과 일상이 얼마나 숭고하고 또 위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의 전반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또한 정교하게 스케치 된 여인의 옆모습과 약간 생기가 넘치는 눈동자는 삶에 대한 애착까지도 읽어내게 만들고 있지요.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만 곧 있으면 살림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깨끗한 두건과 하얀 앞치마는 여인이 맑은 마음을 소유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지요. 역시 샤르댕만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감수성을 읽어낼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물화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된 데는 샤르댕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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