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사람은 ‘속물’이 맞습니다. 아니, 신처럼 거룩해지려고 해도 그렇게 될 수가 없다는 것,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성서에 나타난 선악과 비유만 해도 그렇습니다. 하필 하느님은 어쩌자고 인간에게 그런 위험한 과일 나무를 인간에게 제공해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그 나무의 열매를 따 먹을 줄 뻔히 알면서도 말입니다.  물론 이 비유에 대한 해석은 수 없이 많습니다. 종교적인 해석도 있고 사회학적인 해석도 있고 심리학적이 해석도 있습니다. 그 해석들을 살펴보면 제각각 다 맞는 해석입니다.

재밌는 것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후, 그들이 취한 태도입니다. 갑자기 “벗은 몸이 부끄러워졌다”고 고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과일을 따먹은 것하고 벗은 몸하고 어떤 관계가 있길래 그런 고백을 했을까요?

어쩌면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 먹은 게 아니라 서로의 성적인 욕망을 취했는지 모릅니다. 선악과는 性을 에둘러 표현한 비유로 선악과를 먹고 성의식에 눈을 뜨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육체적으로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다는 에로스적인 충동이 끊임없이 성적인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에로스적인 충동이 환상에 다름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환상을 물리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이 그 지점에서 불안, 질투, 히스테리 등 온갖 감정이 유발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성적인 판타지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의 일부분이라는 것이지요. 하여튼 에로스적인 이 양가적인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살 수밖에 없는 영원한 딜레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작품 <아담과 하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독일 최초의 실물크기 누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아담이 하와보다 더 황홀감에 취해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남성들이 성적인 욕망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들 앞에서 너무 쉽게 무너지는 존재라는 것이죠. 물론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잡아떼겠지만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