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공정이 문제가 안 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생각된다. 요즘 대선 주자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공정을 말하고 있다. 최근 공정이 핫이슈가 된 이유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서 비선 조직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 특혜 의혹으로 출발하여 조국 전 장관의 자녀들의 입시 부정으로 이어지면서 부모 찬스에 따른 청년들의 박탈감이 확산되었고 또한 문재인 정권에서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을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라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져 왔는가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경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른 학습효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바야흐로 정치 시즌이 도래했다. 후보들 간에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바람을 담아내기 위해 공정이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공정은 최대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최대의 마이너스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 제기가 참 난센스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필자는 얼마 전에 서울 대형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옆 병상의 코골이로 밤을 꼬박 지새워야 했다. 그 고통을 호소하며 병실 변경을 요구했으나 무참히 부정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다른 병실로 이동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그 이유는 병원 가족의 편안한 진료를 위해 같은 입원실을 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런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이뤄질 수 있는 행위인가? 가진 자들의 제 식구 감싸기 행위가 아닌가 생각되었고 사람의 생명을 놓고도 더 큰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뒷맛이 아주 개운하지 않았다. 대학 진학을 예로 들어보자. 가진 자 및 기득권층은 수시 입학사정관제로 원하는 대학을 다 들어가고 서민들은 20%도 안 되는 정시로 들어가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또한 사법고시는 폐지되었고 로스쿨을 만들어 유명 법조인 자녀가 판·검사되는 게 수월하게 만든 사회, 고관이나 재벌 자제만 일류 로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실력 있어도 다른 출신은 근처에도 못 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의학전문대학원을 만들어져 의사의 자녀들을 의사로 만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젠가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의사되기가 이렇게 수월한지 지금까지 몰랐었다. 이런 것들이 '공정한 사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려 시대 음서제를 현대사회에 갖다 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렇듯 제도 자체가 불공정한데도 위정자들은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뜯어고칠 생각은 안 하고 다른 사람의 탓만 한다. 과연 자신의 삶과 그들의 자녀의 인생은 공정하였는가. 그냥 공정, 공정 입으로만 떠드는 위정자들을 보면 참 어이가 없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과 규정을 개정하여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인생 역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살아지고 있다. 가진 자들의 '내로남불'의 생각에서 '불공정'의 씨앗이 싹트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또한 이렇게 휘둘리는 사회 분위기와 언론도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위정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자기성찰(自己省察)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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