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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름답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1.07.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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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왔다는 그녀는 광양읍 매천로 일대를 3시간이나 돌아다녔다고 했다.
여름 한 낮 땡볕이 정수리에 꽂혀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이 날은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폭염이었다. 
‘입안에 붙지 않는 신기한 엿’, ‘기침, 가래, 속쓰림 개선 효과’ 
호박엿, 콩엿... 그녀의 작은 수레에는 엿이 실려 있었다. 
어릴 적, 동네에 남자 엿장수가 그녀의 수레보다 더 큰 수레를 밀고 가위소리를 내며 엿을 팔러 오던 게 생각났다. 나와 형제들은 닳아져서 못 신게 된 할머니의 흰 고무신과 고장 난 연장 같은 것을 남자 엿장수에게 갖다 주고 길고 흰 가락엿과 노란 덩어리로 된 강엿으로 바꿔먹곤 했다. 
그 옛날 남자 엿장수도, 그녀도 크게 다를 거 없는 삶의 무게를 수레에 얹고 골목길을 누볐을 것이다. 
딱히 엿이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한 봉지에 3천원하는 콩엿 두 봉지를 사서 일행에게 한 봉지 주었더니 차에 두고 오라며 다시 한 봉지를 돌려준다. 계산하고 돌아서서 몇 걸음 지나려는데 그녀가 우리를 다시 불러 세워 엿 몇 개를 더 담은 봉지를 건넨다. 
‘3시간 돌아다녔는데 한 개도 팔지 못했다. 고마워서 그러니 드시라고...’
땡볕에 벌겋게 닳아 오른 그녀의 얼굴이 아름답다.
차 뒷좌석에 두었던 엿을 다음날 사무실로 가져와서 말했다. 
‘엿 드세요(엿 먹어라)’......
시험에 붙으라고 엿을 사주고, 시집 식구들이 새 며느리 흉을 못 보게 입막음 하기 위해 결혼 이바지에 엿을 넣어 보냈다고도 하는데, 왜 지랄 맞은 기분이나 상황이 될 때는 ‘엿 같다’는 표현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그건 엿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한다.)  
그녀는 주말에는 서천변으로 간다고 했다. 엿 수레를 밀고 전주에서 광양까지, 어떤 날은 순천까지를 오가는 그녀의 사연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서 잘 먹고 잘 살지 않으려는 것임을 알기에 땡볕에 익은 그녀의 모습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삶은 아름답다! 모든 이의 삶이 그러하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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