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참 무서운 병이다. 젊었을 때는 남의 이야기처럼 여겨지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깜박깜박하는 횟수가 늘게 되면 “혹시 나도?” 하면서 걱정을 하게 된다. 문제는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발생할 때는 이를 감당하기가 너무 버겁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가 발생하는 순간 가족 구성원 전체도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간병인이라도 쓴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그야말로 죽은 맛이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이젠 하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듯이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원인 미상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뇌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치매를 늦추거나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다고 하니 절망할 일은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치매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치매환자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하지만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동안 검진부터 예방 및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전국에 256곳이 생겼지만 대부분 인력난에 허덕이며 충분한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필요한 인력을 100% 확보한 안심센터는 18곳에 불과하고 46곳은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지역 단위에서 조기검진과 예방활동, 맞춤형 환자관리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의 핵심 기관이다.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서 운영하고 예산은 보건복지부가 80%, 지자체가 20%를 부담한다. 특히 노인 인구는 많고 의료 인력은 부족한 지방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치매진단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임상심리사’도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치매안심센터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를 필수인력으로 뽑아야 하지만 임상심리사는 10%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도시는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준을 낮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을 뽑을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그리고 인력 충원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도시 규모에 맞춰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수준가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환자는 75만488명으로 추정했다. 2024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님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광양시도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지켜봐야할 단계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게 치매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치매라는 단어는 나이에 비례해 그 무게 중심이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지만, 누구나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