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만은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사람들은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그건 환상일 뿐입니다. 어제 술잔을 부딪치며 변치 말자고 맹세를 한 사이라도 작은 말한 마디에 와르르 무너지는 게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확신하는 것, 조심해야할 일 중의 하나이죠. 그렇다고 인간들의 우정이나 믿음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예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죠. 예술도 끊임없이 변화와 부침(浮沈)을 거듭하며 발전해왔지요. 한 사조(思潮)가 끝나면 또 다른 사조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었지요. 쇠라의 점묘화(點描畵)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종의 인상주의라고 불리는 이들은 빛을 그리고자 애를 썼답니다. 물체 고유의 색을 부정하고 그 물체의 표면이 반사한 빛이 만드는 순간적 인상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죠. 문제는  빛을 그려야 하는 화가들의 도구가 인위적인  물감이라 디테일하게 빛을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지요. 다양한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일종의 병치혼합기법을 사용했는데요, 최종적으로 나타날 색을 분석하여 각각의 원색을 팔레트 위에서 섞지 않고 화면 위에 병치(竝置)하면 우리 눈의 망막에서 혼합된 중간색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병치혼합 기법이죠. 쇠라나 시냐크 같은 신인상주의자들은 일정한 크기의 작은 색점들을 과학적인 비율로 병치하여 혼합의 효과를 극대화했던 것이고요.

색을 분할하는 모네의 기법을 '분광법'(分光法)이라고 부른다면, 쇠라의 점묘주의는 '고성능 분광분석법'인 셈이죠.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쇠라는 짧은 생애 동안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화가중의 한명이랍니다. 더구나 그의 작업 형태는 한 점의 그림을 완성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한 것으로 볼 때, 10년 정도밖에 안 되는 그의 활동 기간을 생각하면 그가 미술사에 남긴 업적은 경이롭기까지 하지요.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쇠라의 대표작이랍니다. 쇠라는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매일 아침 강변으로 나가서 그림을 스케치하고 연구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그랑자트섬은 세느강 가운데 있는 섬인데 섬을 중심으로 왼쪽지역은 부요한 사람들이 살고 오른쪽지역은 노동자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쇠라는 두 계층이 서로 잘 어울려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약간 의도적으로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림 속에 다양한 직업군상을 담았는데요, 당시 음란하다고 알려졌던 원숭이를 데리고 나온 여인은 창녀임을 알 수 있지요. 대체적인 모습은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친 요즘 사람들이 가장 꿈꾸는 모습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그림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시대의 풍속을 읽을 수도 있고 또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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