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신 선열들을 기리는 호국 보훈의 달이면서, 인권과 민주화의 꽃을 피운 6,10 민중항쟁의 역사를 간직하였고, 동족 끼리 원수가 되어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6,25 남,북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달이다. 휴전 협정으로 전쟁은 멈췄지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72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망각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이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할 역사적 과제가 주어진 것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정부에는 세계에서 둘도 없는 통일부라는 부서가 책임을 지고 민족 화해와 통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동안 7.4 남북공동성명, 6.15 공동선언, 9.19 평화공동선언, 10.4 판문점선언을 체결한 남북 회담이 열렸고 올해는 <남북기본합의서>체결 3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다.

여러 차례 회담이 열렸고 성명서도 발표했지만 통일에 대한 희망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흑암이 가로막고 있다. 지도자가 없어서인가, 돈이 없어서인가, 정책이 없어서인가, 군대가 없어서인가, 원인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혹자는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과 한국이 한,미 군사협정을 맺었고 한국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70여 년을 이어온 미국이 한국의 평화통일도 만들어주리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순진한 생각이 유치한 망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미국이 남한을 지켜준다고 하는데 그 뜻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미국이 남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얻은 전리품이기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저들의 전리품을 지키려고 70 여년을 우려먹었으니 이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소위 열방이라는 미국과 한국 통일부 지도자, 국회의원들에게 맡겨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통일의 선각자 문익환 목사는 “분단된 이 땅의 역사를 산다는 것은 벽을 문으로 알고 부딪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공법의 벽을 뚫고 3.8 장벽을 넘나들며 길을 내었기에 남,북 대화의 초석을 깔았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있었던가. 그러나 산다는 것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민족공동체를 위하여 자기 생명을 희생의 제물로 고난의 한복판에 내어놓았기에 역사 변화의 기회가 온 것이다. 문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이 중요하지 않은가. 여기 문득 떠오르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 때 칼레 시민들이 보인 희생정신을 되짚어 본다.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는 백년전쟁 당시 영국군에 포위 되었다. 1년 가까이 저항했지만 더 이상 먹을 것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승리를 거둔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말했다. “칼레의 시민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겠다‘. 칼레시는 영국 왕에게 사절을 보내 살려달라고 간청을 했다. ”좋다. 그러면 시민들의 목숨은 보장하마. 그 대신 영국군을 애먹인 대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 대표 6명을 뽑아 보내면 그들을 처형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시민들은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었다. 그때 칼레시의 부자였던 피에르가 시민들의 목숨을 살리겠다며 죽음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어 상류층 몇몇이 뒤이어 앞으로 나섰다. 다행히 임신 중이던 에드워드 3세의 아내가 장차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 사면을 요청한 덕분에 사형집행은 극적으로 취소되었다. 1895년 이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각가 로댕에게 의뢰했는데 이 작품이 <칼레의 시민>이다. 
 

역사는 이렇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의로운 사람들로 인해 순방향으로 흘러간다. 혼자 누리는 자유는 행복할 수 없다. 예수가 보여준 사랑의 가치는 자기를 죽이는 희생과 헌신이다. 숱한 위험 속에서도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희생한 선각자들을 기억하는 역사의식이 절실하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공존의 희망은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인생 최대의 비극은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라 했지요. 1919년 3월 1일. 그날, 우리는 모두 유관순이었고,, 독립군이요, 애국지사였다. 그 피는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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