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그림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무의식을 핵심 개념으로 정신분석을 창안한 프로이트입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무의식적인 기법을 이용해 작품을 창조했지만, 그 중에 달리의 그림을 가장 독창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달리는 그림을 통해 몽환적인 꿈과 초현실주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보여주고 있는 화가입니다.

시인 아폴리네르(1880~1918)가 처음 사용한 초자연주의라는 말에서 태동한 초현실주의는 이성(理性)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과 환상의 세계를 다루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 운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과도 맥이 닿아 있지요. 기존의 모든 가치나 질서를 철저히 부정하고 야유하면서, 비이성적, 비심미적, 비도덕적인 것을 지향하는 예술 사조(思潮)의 하나인 다다이즘은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기성의 전통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인간의 비합리성과 비윤리성을 주로 강조했지요.

이런 사조에 가장 부합한 화가 바로 달리였던 것입니다. 그의 그림은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 미술계에 일대 충격을 주면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이유이기도 하고요. 특히 그를 초현실주의라는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 바로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시간의 영속(永續)〉이라는 작품이죠.

달리는 그림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변형된 사물을 마치 실물을 보는 것처럼 정교하게 그렸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을 황량하면서도 밝게 빛나는 풍경 속에 배치해 둠으로써 감상하는 이들을 알쏭달쏭한 수수께끼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지요. 그림 속 시계는 결국 인간은 시간 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고, 개미와 파리는 평생 일만 하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달리 그림은 예외 없이 우리가 매일 잠을 자면서 꾸는 꿈과 닮아있음을 알 수 있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꿈은 잠을 잘 때 꾸는 꿈도 있고 잠을 깨고 열심히 삶을 밀고나가는 꿈 즉 희망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간혹 졸음이 쏟아져 눈을 붙일 때가 있는데 대부분 꿈속을 헤매는 자신을 봅니다. 결국 장자의 호접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인생이 아닐는지요? 아니, 현실이라고 말하는 이 순간도 어쩌면 꿈속의 일이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