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헐~ 벌써!“라는 짧은 탄식이 새어 나온다. 세월이 아무리 빨라도 그렇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신년 초에 마음먹었던 계획들 도대체 몇 가지나 지켰는지, 돌아보니 한숨뿐이다. 인간들이 계획을 세우는 모습 볼 때면 하늘에 계신 神들도 웃음을 짓는 다지. 참 나.

하긴, 초등학교 방학 때 세운 계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인생계획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어쩌면 무계획이 진짜 계획은 아닐는지. 그런 뜻에서 노자 선생이 말했던 무위(無爲)는 참으로 옳았다는 생각이다.

삶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운다고 해도 무위로 흘러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 시가 있다. 바로 조선시대 실학자였던 이덕무가 쓴 ‘六月二十三日醉(6월 23일 취중)’이라는 시다.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는데/한탄 한탄스럽군, 내 뭔 일을 하는 것인지?/옛날 풍속은 정말 보기 힘들어져서/우리 인생 어찌 사는지 얼추 알겠네./지겹도록 남을 훔쳐보는 물정에 젖어/마음은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하네./아내만은 그래도 좋은 벗이라/외상술을 통쾌하게 잔에 따르네./‘ 
 

그렇다. 매일 타인의 인생을 훔쳐보면서 마음은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한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다. 좀 야박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으나 평생 비교하면서 애만 닳다가 가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내만은 가장 좋은 벗이라고 노래하는 이덕무의 모습을 보면서, 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면서 가는 세월을 잠시나마 붙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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