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마다 생이 얼마나 덧없고 헛된 것인지 불현듯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2~30대 때는 삶 자체가 마냥 밝고 좋았지만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흰머리카락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한숨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삶은 더없이 아름답기도 하고 또 덧없이 허무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받을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인생을 깊게 만드는 것은 웃을 때 보다 울 때가 아닐까합니다. 사람은 함께 웃었던 기억은 잘 잊어도 함께 울면서 눈물을 공유했던 순간은 쉽게 잊지 못하는 법입니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삶이 소중한 이유는 바로 덧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현재 삶이 영원히 지속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입니다.

그거야 말로 형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던 솔로몬은 전도서라는 책을 쓰면서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헛되다는 것은 염세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삶이 그만큼 짧고 덧없으니, 더욱 가치 있게 살아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짧고 덧없는 인생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바니타스’ 화(畵)라고 합니다. 바로 앞서 말한 구약성경 전도서 내용 중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에서 따온 용어랍니다. 원문은 이렇지요.  ‘바니타스 바니타툼 옴니아 바니타스’ 아드리안 반 위흐레흐트 역시 바니타스 풍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한 눈에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해골은 필연적인 죽음을, 싱싱한 꽃과 시들어가는 꽃은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결국 시들어갈 수밖에 없는 인생의 유한함을, 회중 시계와 모래시계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담뱃대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허무함을, 유리잔은 상처받기 쉽고 깨지기 쉬운 마음을 상징하고 있지요.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해마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모습만 해도 그렇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에게는 그런 순간이 오게 마련이죠. 그러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용서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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