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상황에 따라 사실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지요. 아마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하면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자기가 보기에는 분명히 옳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전혀 다른 의미가 감추어져 있을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만을 듣고자 하는 속성이 지나칠 정도로 강한 존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눈에 드러난 현상을 자기 식으로 재편집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흔히 기억은 왜곡을 불러오기 싶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루벤스의 작품 <시몬과 페로>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 그림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 없이 이 작품을 대하게 되면 여간 당황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지요. 거의 포르노 수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로마인의 자비‘ 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사실 감옥에 갇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에게 딸이 자신의 젖을 제공해 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배고픈 아버지에게 딸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었던 셈이죠. 딸은 혹시나 간수장이들에게 들킬까봐 주위를 살피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런 설명이 없을 때는 이 그림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여간 민망한 게 아닐 겁니다. 역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에 대해 반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감옥에 갇혀 굶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아버지가 너무 건강해 보인다는 것이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렇게도 보입니다. 재밌는 것은 간수장이가 몰래 이 장면을 엿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림 속 노인(시몬)은 로마에 저항하다가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배고픈 아버지를 극진히 보살핀 딸의 행동이 로마 권력자의 귀에 들어가자 감동한 나머지 시몬을 석방했다고 하네요. 어디까지가 팩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내용을 알고 그림을 대하면 묘한 감동이 전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포르노가 명화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죠. 그래서 편견은 사자보다 무섭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편견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니 편견 그 자체가 인생이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때론 그게 편견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물론 이런 글을 쓰는 필자 자신도 포함해서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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