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연히 길을 걷던 중 도로가에 핀 양귀비 꽃 한 송이를 보았다. 잠시 그 꽃을 보면서 조건만 맞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꽃을 피우는 모습이 그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저 양귀비꽃처럼 그런 인생을 산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살다보면 종종 자기도 모르게 원하지 않는 곳에서 꽃을 피워야 할 때가 생긴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사람이 차고 넘친다. 그러니 억울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진짜 억울한 것은 환경을 탓하며 불평 불만하다가 꽃조차 피우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좀 더 좋은 조건’이 주어지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아마 그런 변명이 앞서는 한 평생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생각하는 ‘좀 더 좋은 조건’은 결코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 좋은 조건은 바로 지금 이순간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순간에 존재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또는 그런 환경을 스스로 조성해야한다. 꿋꿋하게 살아가는 타인의 삶을 시샘하거나 불평하면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지 않겠는가.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나온다. 欲知未來 先察已然(욕지미래 선찰이연). 미래(未來)를 알고자 하면 먼저 이미 그렇게 된 일을 살펴보라는 뜻인데, 참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내가 존재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 지나온 과거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매사에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보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자기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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