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00고에 근무하는 역사교사 백00입니다. 
다름 아니라 ‘순천 광양지역 6월 항쟁 구술사’ 관련 자료가 나왔다는 기자님의 기사를 보고 연락드립니다. 해당 자료를 구해보려고 여기 저기 연락해봤으나 다들 모른다는 대답뿐이네요. 기사를 보면 해당 자료가 지역민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어디에 가면 관련 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도움 주시면 지역사 교육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남성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 남성은 순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지역사’를 교육하기 위해 순천의 민주화운동 자료를 찾다가 ‘87년 민주화운동 순천여수광양 구술서 발간에 대한 기사’를 읽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자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젊은 목소리의 역사 선생님에게 마음이 갔다. 
전화 잘 하셨다, 다행히 한권 있으니 빌려주겠다, 실컷 활용하고 돌려달라고, 선생님 있는 곳까지 갖다 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감사하다, 직접 찾아뵙고 자료를 받아야 하는 게 도리’라며 받을 수 있을 때 다시 전화를 한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며 학교로 갖다 드리겠다고 했더니 퇴근 후에 아기를 픽업하러 가야 한다고... 
어린 아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가까운 곳에 가서 다시 전화하겠다고, 아무 때나 상황 될 때 전화하시라고 했다. 
그는 감사하다며 그러겠다고 하더니 한참 후에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기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아기를 데리고 나올만한 상황이 여의치 않게 생각되어 최대한 가까이 가겠다고, 지척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오십미터 인근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를 향해 가는데 서른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세살쯤 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 정문 횡단보도를 막 건너오고 있었다. 
“아기 봐 줄 사람이 없어서요” 그는 쑥스러운 듯 아기를 얼른 안으며 말했다.
나는 차에서 잽싸게 내려 아빠 품에 안긴 아기 손에 책을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시다. 아이들에게 책에도 나오지 않는 지역의 민주화 역사를 가르친다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어른으로서 해줄 건 없으니 이렇게라도 도와드리고 싶다. 감사하다. 언제든 자료가 필요하면 말씀하시라. 힘닿는데 까지 구해드리겠다”라고...
아기를 안고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젊은 역사 선생님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아빠 품에 안긴 까만 눈동자의 아기도 예뻤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선생님은 자료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을 동원했을 것이다.
젊은 역사 선생님은 희망의 증거다. 젊은 역사 선생님의 그 열정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하는데 좋은 씨앗이 될 것이다. 
책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잘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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