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5, 18. 41주년을 맞이한다. 10,26 사태로 유신독재정권이 무너지자 이 나라에는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민주화운동의 서곡을 알리는 ‘서울의 봄’이 그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이 땅의 봄은 그러나 너무도 짧았으며 어두운 그림자가 밀려들고 있었다.

1979년 10월 26일에 시작하여 1980년 5월 17일에 막을 내린 서울의 봄, 한국 민주주의의 봄, 직접선거를 통한 총학생회의 부활과 함께 대학가에는 학원자율화 운동이 일어나고 연일 시국성토가 계속되었다. 계엄철폐를 외치는 함성과 정부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규하 대통령의 과도정부는 12,12쿠데타를 통해 급부상한 신군부 세력에게 발목이 잡힌 상태였다.   

12,12쿠데타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군부 내 ‘하나회’ 조직이 일으킨 한국 현대사 최대의 반란사태이다. 육사 11기부터 20기까지 망라된 하나회는 군법상으로 분명히 불법집단이었다. 1980년 4월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법률상 겸직이 금지된 중앙정보부장까지 겸직하여 독재를 강화한 행동은 정권을 장악할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이었다. 이에 전국의 대학들이 민주화 대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5월 13일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가두진출을 계기로, 각 대학 학생들이 ‘계엄해제’ ‘전두환 퇴진’등을 외치며 가두에 진출하였다. 이때에도 학생들은 군부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15일 밤 서울역 광장의 시위를 스스로 해산하고 철수하였다.   

그러나 5월 17일 전두환 군부는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광주’를 표적으로 삼고 18일 공수부대 7여단 병력을 전남대와 조선대 교정부터 점령했다. 전쟁터도 아닌 평화로운 광주에서 박달나무 곤봉과 총칼, 탱크로 충정작전, 이른바 ‘화려한 휴가’를 개시한 것이다.

특전사 11여단과 3여단 병력을 증파했다. 여기에다 수도 서울을 지켜야 할 20사단 병력이 열차와 군용비행기로 공수되었다. 또한 경찰 10개 중대까지 합한다면 2만여 명의 병력이 10일 동안 광주에 투입되었으니 인구가 80만이었던 광주에 40명당 한 명 꼴로 전투병력이 달라붙은 셈이다. 5월 27일 새벽, 칼빈 소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이 잠시 저항했으나 탱크를 앞세운 중무장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되었고, 광주시민들의 투쟁은 많은 희생을 낸 채 끝났다.   

광주의 시인 김준태는 광주항쟁의 10일간을 장시로 압축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에서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광주시민과 이 땅 민중들의 뿌리 깊은 에너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기뻐한다. 가장 절망의 순간에 어쩌면 ‘환희의 순간’을 찾은 것일까.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청춘의 도시’를 다시 세우고 있음을 본 것이다. 역사는 분노를 통해서 위대한 사랑과 생명, 하나됨의 세상을 얻어내는 힘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이 예증하듯, 5,18은 엄청난 상처였으나 마침내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졌다. 12,12와 5,17 쿠데타에 이어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 세력이 민주주의에 준거한 역사적 단죄를 피할 수 없었음이 그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세기적 재판’을 받기 위해 죄수복을 입고 ‘나란히’ 법정에 서야 했다.   

지난 40년 동안 부르짖고, 정신을 잃지 않으려 했으니 5,18은 우리나라 전체 구성원과 해외 700만 동포,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나라 사람들의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읽혀지면서 자유와 평화, 인권운동으로 보편성과 영원성을 부여받고 있다. 해마다 5월 그날이 오면 입술에 올리고 싶은 슬로건이 있다.

“오월에서 민주주의로! 오월에서 통일로!”가 그것이다. 결국 5,18의 진정한 의미는 갈라짐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됨’ 속에서만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손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어루만져주는 세상”, 이것이 진정 오월정신이며 함께 아름답게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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