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일의 앞뒤가 맞지 않아 당황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어떻게 하든 해결을 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분명히 아닌 줄 아는데도 억지로 앞뒤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고사가 바로 월지적구(刖趾適屨)다.

한 마디로 발꿈치를 잘라 신에 맞춘다는 뜻으로, 주객(主客)이 전도되었을 때도 종종 인용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한다. 바로 프로크루테스의 침대가 그렇다. 프로크루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강도로 ‘잡아 늘이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나가는 객이 자기 집에 찾아와서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면, 특수한 침대에서 잠을 자게 했다.

손님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을 때에는 잡아 늘여서 침대와 같게 하고, 반대로 침대보다 키가 더 클 때에는 침대 밖으로 나온 부분을 잘라 버렸다고 한다. 문제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만의 절대적인 기준을 정해 놓고 상대방을 재단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이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길은 수시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밖에 없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