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가톨릭의 힘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교황자체가 바로 하느님과 동격이었지요. 그들은 절대자를 등에 업고 세상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물렀던 것입니다. 자신들만이 하느님처럼 사람들을 심판할 권한을 부여 받았다는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들 자체가 바로 법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세상에 영원히 지속되는 권력이나 종교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또 당연히 그래야하죠. 그리고 그런 절대성에 늘 도전을 하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은 있게 마련인데, 당시 화가 중에 카라바조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성화를 그릴 때, 성화 속의 인물을 친근한 이웃들로 묘사했지요. 적어도 당시 성화라면 근엄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야 했는데 카라바조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

래서 거절당한 성화 그림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시대의 금기를 부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성모마리아는 자신의 애인이면서 하층민 출신인 ‘레나‘로 둔갑시키기도 했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이처럼 목숨을 내 놓듯이 성화를 그렸던 카라바조를 미친놈 취급한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라바조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이야말로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평론가들은 이러한 카라바조 그림에는 독특한 숭고함과 확실한 비극적 열정이 깃들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카라바조 손끝에서 비로소 아카데미 화풍을 넘어 자연주의 화풍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아방가르드의 선구자였던 셈이죠.

아놀드 하우저가 그를 가리켜 최초의 근대화가라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당시 시대의 조류였던 매너리즘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예술 사조였던 바로크를 예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종교적 경험을 이상적인 형태로 나타내는 플라톤 식 화풍을 버리고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점은 중세적 종교 풍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자고로 예술이나 사람이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찾아 일탈하게 마련입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럴 때 비로소 새로운 예술 사조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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