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줄 몰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온다. 어떤이는 인생이 그래서 더 살만하다고 위로하지만, 막상 그 당시에는 삶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암흑 속에 갇힌 듯 힘겨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전 국민, 아니 지구촌 모든 사람이 함께 경험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제 됐구나!’한숨 쉬며 좀 쉴라치면, 다시 도돌이표를 찍기를 오랫동안 하며 오히려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비슷한 터널을 더 열악한 환경의 조상들이 이미 헤쳐나온 걸 알면 힘이 난다.
마과회통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1798년(정조 22)에 정약용에 의하여 편술된 마진(麻疹: 홍역)에 관한 의서로, 홍역의 치료에 대한 수준이 당시에 상당히 발전했었음을 보여준다. 

그 당시 홍역, 즉 역병이란 목숨을 앗아가는데다 강력한 전염력이 있어, 속수무책으로 마을과 환자를 봉쇄한 채 그대로 도망치는 무서운 병이었다. 
당시 홍역이 유행하는 마을은 지금의 우리와 비길 수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역병이 유행하는 마을 가운데로 들어가 홍역은 고칠 수 있다며  복면, 즉 마스크를 쓰도록 지휘하고 격리해서 치료하면서 감염되어 죽은 부모의 장례식조차 생략하게 할 만큼 거리두기를 지도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를 믿고 환자들 속에서 복면 하나에 의지해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인들이 있었다.
바로 다산 정약용! 그가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홍역으로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은 후, 더 이상 다른 이들은 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홍역을 연구해 마과회통을 저술했고, 스스로 환자들 속에 들어가 진두지휘한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뒤에 오는 세대까지 구하고자 했던 정약용. 그는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뒷사람에게 길이 된다.”고 믿었다.  세월이 흐른 후, 우리 뒤에 오는 이들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과연 따라봄직한 길을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할까?
지금까지 이야기한 다산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청소년 소설이 있다. [마과회통, 역병을 막아라!](정종영 저, 애플북스) 마치 우리의 현재부터 미래까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 소설 속 인물들은 고군분투 끝에 감염의 고리를 끊고 자유를 얻어 행복해한다. 

그 대목은 우리에게도 그런 기쁜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값을 내지 않고 황금만 얻으려는 이기적인 사람은 되지 않아야 한다. 큰 금일수록 치러야 하는 대가도 클 것이다. 결국 이기심은 곧 어리석음이다.
오늘도 그날의 기쁨을 위해 얼마간의 자유를 저장해둔다. 기꺼이 치르는 값이 클수록 우리 아들딸들, 손자들에게 당당한 길의 일부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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