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령(掩耳盜鈴)은 귀를 틀어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자신이 듣지 않는다고 남도 듣지 않는 줄로 착각할 때 주로 인용하는 고사다. 때로는 엄이도종(掩耳盜鐘)으로 쓰기도 한다. 이 고사의 유래는 진(晉)나라 명문가 범씨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큰 종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범씨 집안이 몰락하자 도둑이 틈타 그 종을 훔치려 하였다.

그러나 종이 너무 무거워 옮길 수 없게 되자 도둑은 조각내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해 망치로 종을 내리쳤다. 그러자 종이 요란한 소리를 냈고 이에 놀란  도둑은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얼른 자기 귀를 막았다고 한다.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지만, 우리들 역시 종종 이 도둑과 같은 행동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신에게 불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는 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확증편향(確證偏向)과도 맥이 닿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자 하는 것이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또는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그리고 저 마다의 뿌리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확증편향의 기질을 보인다.

그 이유는 주어진 정보 자체가 편향되었거나 과학적 방법과 같은 합리적 방법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과학자나 수학자처럼 합리적 사고를 훈련 받은 전문가라 할지라도 종종 확증편향에 빠지곤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는 절대 색안경을 쓰고 있지 않으며 공정한 사실만 보며 판단한다고 착각한다. 안타깝게도 이 확증 편향은 우리의 무의식까지 지배하는 등 누구도 여기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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