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에도 봄이 찾아왔다.
‘누구와 함께‘라기 보다 ’혼자‘ 걸어야 더 좋을 것 같은, 맑은 날 보다는 투명한 빗방울이 연록의 잎사귀에 내려앉는 날 가면 더 좋을 길이다.
느릿느릿 광양을 걷다 아홉 번째는 도선 국사의 이야기가 있는 중흥산성으로 간다.
이 곳은 옥룡에서 봉강으로 넘어가는 길 가운데 어디 쯤에서 다시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있다.
산성 길을 오르기 전에 중흥사부터 들른다. 중흥사는 신라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세웠다. 삼층석탑, 쌍사자석등, 석조지장보살반가상. ‘중흥사‘하면 떠오르는 ’귀한 몸‘들이다. 삼층석탑은 보물 112호, 쌍사자석등은 국보 103호, 석조지장보살반가상은 전남유형문화재 142호다.
쌍사자석등은 1992년 도난 우려가 있어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옮겨간 후 복제된 모습으로만 볼 수 있고, 석조지장보살반가상을 보려면 스님에게 물으면 된다.
‘귀한 몸’을 지닌 중흥사는 역사공부하기에도 제격이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병의 훈련장이자 격전지였다. 그런 이유로 왜군에 의해 중흥산성이 함락되자 승병의 순절과 함께 소실 됐다. 이후 작은 암자가 건립, 명맥을 유지하다 다시 폐찰 됐다고 전해진다.
거무스름한 목재로 지어진 데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대웅전은 마치 오랜 역사를 안고 있는 듯 착각을 불러 오지만 사실은 그런 종류의 목재를 사용해 중건한 것이다.
바람소리만 들릴 것 같은 고즈넉한 곳이지만 지금은 삼층석탑 주변 정비사업으로 장비 움직이는 소리, 일하는 사람들 소리 등으로 경내가 어수선하다. 하지만 주변에 저수지가 있어 산성으로 향하는 길은 운치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서선호 문화재 보수기술자가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며 ‘느릿느릿 광양을 걷다 9편’에 잠시 까메오 동행을 해주었다.
산길 초입 전나무 숲이 우거져 ‘명품 숲’으로 불러주고 싶은 길이다.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포시 나를 안는다. 가슴이 뛴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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