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없다는 것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얼핏 비슷한말 같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양심이 깨끗하다는 뜻이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나쁜 짓을 하고도 감각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맹자도 일찍이 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이요, 부부작어인(俯不怍於人)이라고 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고, 굽어 보아 사람에게도 부끄럼이 없다”는 뜻인데, 그렇게 살아가기가 만만찮은 세상이다.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부끄럼과 줄이 닿아 있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 문인 장조(張潮)는 군자를 다스리는 것은 부끄럽다는 글자(恥之一字 所以治君子)요, 소인을 다스리는 것은 아프다(痛之一字 所以治小人)는 글자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 문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를 때 그 조직은 부패하고 만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앉아 있는 사람일수록 부끄럼에 대해 민감한 촉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후안무치를 부끄러워해야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無恥之恥 無恥)“는 맹자의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백번 옳은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든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일단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고 볼 일이다. 다산 선생도 일찍이 爲公無私夢亦閑(위공무사몽역한)을 강조했다. 공적인 일을 하는데 있어서 사사로움이 없으면 잠자리가 편하다는 뜻인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