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간혹 ‘본다’는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틀림없이 내 눈은 이미지를 보는데 그 이미지는 다시 언어로 치환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결국은 언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는 셈이 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해석을 하지 않고 직감 그대로 수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죠. 어쩌면 이게 바로 인간이 가진 자기 한계일 것입니다. 마그리트 그림 역시 예외가 아니죠. 그의 그림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는 것입니다. 

초현실주의 작가로 불리는 그는 벨기에 출신으로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들을 나열한 그림을 많이 그렸지요. 이는 그가 실제로도 철학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그림이 전부 난해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종종 ‘데페이즈망’ 기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 기법은 전혀 이질적인 사물과 사물을 결합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받게 하는 방법이죠.

그런데 살다보면 우리 인생 역시 그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전혀 새로운 공간과 장소에서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모든 과정이 바로 그와 비슷하니까요. 

다소 의아한 것은  마그리트 그림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사실입니다. 작품 <꿈꾸는 사람〉이 바로 그의 영향을 받아 그린  대표적인 그림이죠. 혹자는 그가 이런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리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바로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어머니는 마그리트가 열세 살 되던 해에 집 근처에 있는 강에서 투신자살을 하거든요. 그의 그림에 약간의 우울함이 깃들어 있는 이유 중의 하나죠. 어쩌면 내면에 입은 깊은 상처를 그림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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