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서 사람들은 조건 없이 행복해 할 뿐

천지에 흐드러진 벚꽃이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초대장 없어도 마음대로 갈 수 있다.
‘화무십일홍’이라 한다지만 벚꽃은 유독 만개한 시간이 짧아서 ‘화무오일홍’이라 해야겠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듯이 멀리 가지 않고도 집 앞에서 산책하듯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벚꽃길 명소가 광양에도 있다.
금호동과 광양읍 서천변이 바로 그 곳. 
금호동 벚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은 그라운드골프장 앞 백운대로 향하는 곳에서 시작된다. 벚꽃 상춘객을 위해 차량통행을 제한하는 안내부스 앞을 지나 한걸음을 떼자마자 새들의 합창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아파트 10층 높이 쯤 되는 무채색의 고목에서 연록의 새 순이 올라오고, 올해도 ‘만개’라는 완주를 위해 몹시 바쁜 꽃들의 자태를 눈에 담으며 천천히 걷는다. 
‘이 행복한 순간을 오래도록’...사람들은 2021년의 봄을 스마트 폰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긴가 민가’ 하는 사이 갈색 재킷을 입은 어떤 남자를 지나쳐 왔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거니 바로 받는다. “뒤로 돌아 보세요” 3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 손을 흔들고 인사하다 15미터 지점에서 만났다. 반가운 얼굴이다. 광양시미술협회장을 했던 채수평 화백이다. 부덕사 그림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과 산책을 나온 길이라고 했다.
흐드러진 벚꽃 길에서 그간 안부가 궁금했던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이다.
디스크에 걸려 걷지 못하는 엄마강아지와 딸 강아지를 안고 산책을 나온 젊은 부부, 선생님과 함께 온 어린이집 아이들, 손잡고 걷는 노부부, 연애하는 청춘들, 햇볕을 피해 급 ‘길거리 수다방’을 연 중년 여인들......
벚꽃터널 아래를 지나며 ‘그래, 맞아. 이런 게 행복인거지 행복이 뭐 별건가’ 하는 싱거운 생각을 한다. 
따뜻한 봄 햇살과 모두에게 공정한 이 화려한 꽃길에서 사람들은 그냥 조건 없이 행복해 할 뿐이다. 
저마다 다른 삶의 무게를 안고 지고 살아갈 테지만 벚꽃이 흐드러진 이 짧은 며칠 동안만이라도 가벼워지기를...,,.
평생 행복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는 ‘르느와르’가 살아온다면 금호동 벚꽃 길에서, 광양읍 서천변 벚꽃 길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김영신 기자 사진 홍봉기 기자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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